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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노년예찬] (老年禮讚)
  • 2014.12.10
  • 조회수 2457
  • 추천 0
근래 어느 친구의 글, “노년예찬”은 우리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 좋은 글이다. 이제 곧 80대에 진입할 우리들의 노년은 정말 예찬 받을 노년일까? 일찍이 중국의 성군, 요 임금에게 했다는 어느 현자의 노년예찬은 시대를 초월해서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절체절명의 진실일 것이다. 병, 늙음, 죽음이 없다면 오래 살아도 욕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이는 역설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어찌, 오래 살되 병과 늙음과 죽음을 면할 수 있단 말인가?

우연일까? 마침 미국에서 일어난 쟁론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유명 대학의 암의학 교수인 Ezekiel Emanuel이 발표한 글, “왜 나는 75세에 죽기를 바라는가? (Why I Hope to Die at 75)”을 두고 여기 저기서 찬반의 논란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일흔 다섯. 내가 살기를 바라는 숫자이다. 이런 선호(選好)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 딸, 형제, 그리고 친구들의 꼭지를 돌게 했다. 세상에는 볼 것도, 할 일도 수없이 많은데..일흔 다섯이 넘어도 건강하고 잘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아버지도 이제 75세에 가까워 오면 아마 80까지는 살다가 죽겠다, 아니 85까지는 살고 싶다..어쩌면 90에 죽으련다..라고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나를 설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입장을 확신한다. 죽음은 손실임에 틀림없지만 너무 오래 사는 것도 손실인 것을 사람들은 부인하려 한다. 장애인이 되지 않더라도 건강은 기울고 창의성은 사라지며 세상에 기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75세가 되면 자신은 삶을 완수할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주기도 받기도 했을 나이.. 손주 재미도 보았을 것이고 자녀들도 꽤 풍요한 삶을 살 때..라고 말한다. 그는 경망한 생각에 좌우될 범생이가 아니다. 저명한 암의학자이며 그의 글은 세인의 사랑을 받는다. 수많은 암환자를 보며 그의 수명관을 키웠을 것이다. 그런 그가 75세가 생을 마감할 때라고 말하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다. 의학의 발달도 다른 나라에 훨씬 앞서 있다. 그럼에도 수명의 연장이 반드시 복된 삶을 뜻하지는 않는다. 신체와 정신은 쇠퇴하고 삶의 질은 길이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인간의 절정은 언제일까? 인간이 창조적 잠재력을 가지고 활동할 때, 가장 생산성이 높은 연령대는 40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기여할 나이는 60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노인들의 용도는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논지이다. 그의 글은 여기에 간추리기는 아주 길다. 따라서 Emanuel 교수의 본론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려 한다.

그의 논지에 대한 사회적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David Brooks가 “왜 노인은 웃을까? Why Elders Smile?”이라는 글로 포문을 열었다.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마뉴엘 교수가 75세에 사망한다면, 아마도 그의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절을 상실할 것이다,” 라고 하면서 근래에 행한 행복도 조사를 내세운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연대는 82세에서 85세 까지라는 것이다. 이 조사 결과를 일컬어 “U 커브” 라 하는데, 이름과 같이 인생의 행복은 20대가 곡선의 좌상단이고 50이, 가장 하단이며 다시 올라가 가장 우상단이 82-85세라는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20대에서 그렇게 뜨거운 가슴과 소망을 가졌던 것이 나이가 먹으며 점차 현실과의 싸움에서 풍화된다. 건강도 내리막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점점 커가고 자녀의 교육에 대한 부담도 크가. 직장에서의 경쟁은 사람을 지치에 한다. 십대 자녀들의 이유없는 반항도 견디기 어렵다. 그런 것이 쌓여 골을 이루며 행복도는 끝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50이면 바닥에 이른다.

특이한 것이 커브는 다시 위로 향하고 80이 넘은 노인들이 미소를 띤 행복한 세대가 된다는 것이다. 왜일까? 노인들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데는 인생에서 얻은 성취감이 원인일 것이라고 Brooks는 말한다. 외부적 조건이 아니라 높고 험한 인생의 풍파를 지나서 지금의 “나”, 지금의 “나이”에 이른 것에 대한 안도감과 성취감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인생을 살면서 노인에게는 숙련 (skill..경륜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 생긴다. 어려운 이론이긴 하지만 동일한 사안을 보아도 복수의 초점으로 본다. (bifocalism). 어쩜 용납이란 표현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 사안을 단지 하나로만 해석하는 젊었을 때의 시각과 달라서 한 개의 사안도 복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 인생은 나이가 들면 downsizing, downgrading이 불가피하다. 집도 줄이고 씀씀이도 줄이지 않을 수 없지만 이런 downsizing도 잔잔히 받아들이는 경륜 말이다. 인생에는 많은 패배가 있지만 이런 패배도 인생의 끝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경륜 말이다.

긴장을 완화하는 심리도 늙은이의 지혜다. 균형의 지혜를 뜻한다. 사회적 역할을 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노인의 지혜다. 의사는 환자에게 정직해야 하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친절해야 한다. 이것이 균형이다. 교사는 가르쳐야 하지만 동시에 동기를 부여하고 젊은이의 가슴을 뜨겁게 해야 한다. 이것이 균형감각이다. 노인은 젊은이에 비해 이런 균형감각이 많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뇌세포가 쇠퇴하고 정신 활동이 느려지지만 넓고 큰 의미의 경륜은 노인의 재산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얻은 보석이기도 한 경륜은 젊은이에게서는 얻기 힘들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훌쩍 75세를 넘었으니 Emanuel교수의 생각에 따르기에는 벌써 늦었음을 깨닫는다. 노인이면 다 같은 노인인가? 나는 노인 가운데 노인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82세가 되지는 않았구나. 75세에 죽었다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때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강변하는 Brooks를 따를까? 요임금에게 삼환(三患)이 없으면 오래 살아도 욕됨이 없으리라는 현자의 말을 따를까? 그래 바로 그것이다. 파라독스에 불과하더라도 우리 노년에 삼환이 없어야지. 삼환이 없는 노년, 그래서 복된 노년을 살고 싶다.
  • 이광수2014.12.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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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홈피, kg51.org에 올린 글입니다.
    1936년을 중심으로 모두 80울 바라보는 고교 동기생들의 마당입니다.
    따라서 노년을 강건히 사는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위의 글도 그런 뜻에서 쓴 것이고 노년의 친구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젊은이들도 나이를 먹을 것이며 노년을 맞이할 것입니다.
    먼 남의 일이 아니고 언젠가, 아니 세월은 화살과 같은데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에 앞에 닥칠 문지이기도 합니다.

  • 이광수2014.12.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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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zekiel Emanuel은 유펜 (U of Penn) 의 교수입니다.
    일찍이 옥스포드, 하바드 의대를 졸업했고 윤리 의학 (Bioethics) 의 대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동생은 현 시카고 시장인 Rahm Emanuel) 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정치인입니다.
    에스겔 이마뉴엘은 부인과는 이혼했고 딸을 셋 두고 있습니다.

  • 이광수2014.12.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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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의 문제는 인간의 가장 첨예한 실존적 토픽이다.
    인생을 오래 살아온 노인들에게 죽음의 문제는 아주 절박하다.
    오늘도 교회에서 시니어들과 어울리는 가운데 75세인가, 아님 85세인가를 두고
    열띤 논란이 벌어졌다.
    다수결로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도 아직 청춘이고 미래는 멀고 길지 모른다.
    모두가 입을 모아, 도대체 이마뉴엘 교수란 작자는 몇 살이나 됐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입을 모아, "아직 젊은 나이에.." 라고 질타한다.
    정작 70살이 돼 보지, 75살이 돼 보지..그 때는 생각이 확 달라질 것이란다.
    이마뉴엘 교수의 귀가 간지럽지 않을까?
    딸과 아우가 "꼭지가 돌아" 아버지 마음이 변치 않는지 두고 보자, 라고 하는 말과 우리 노인들의 생각이 같다.
    입장은 많이 다르지만 필자의 나이가 이 글을 쓰기에는 좀 젊지 않나, 하는 생각에는 나도 동감이다.
    그의 생각이 미숙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럴 이가, 그는 석학 중에 석학이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수많은 노인들이 줄을 서서 있다.
    무병 장수를 바라는 수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지 않은가?
    나도 궁금한 것이 있다.
    이마뉴엘이 75세에 가까워 지면 어떻게 생각이 바뀔까, 하는 궁금증.
    그러나 좋던 싫던 나는 그때 세상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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