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해가 가고 새 해를 맞이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헌 것을 새 것으로 바꾸고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는 일을 했다.
얼마 전, 리스 기간이 끝나려 하는 자동차를 새로 바꿨다.
미국 생활에서 자동차는 나의 손발이기도 하다.
차가 없으면 꼼짝 못하는 게 미국 생활이건만
나는 지난 3년간 나의 분신이었던 차를 미련 없이 친정에 돌려 보내고
새 차를 마련했다. 현대 에쿠스에서 제네시스로 바꾸었다.
얼핏 다운 그레이드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다운이 언제나 이번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연료도 적게 먹지만 물찬 제비 같은 스타일에 첨단의 옵션들이
나를 황홀하게 한다.
둘째, 유리창을 청소했다. 물론 전문 일꾼들을 시켜서지만
말끔히 닦아낸 유리창이 그리 좋을 수 없다.
돈이 들지만 이제는 좀 자주 유리창 청소를 해야 하겠구나.
셋째, 워터히터를 바꿨다. 이건 완전히 타의에 의해서다.
물이 새면 워터 히터는 수명이 다했다는 뜻이다.
급히 친한 핸디맨 장로님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그는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정장을 한 채 급히 방문해 주었다.
핸디맨의 수칙 가운데 물, 그리고 전기는 전화를 받으면 즉시 반응하는 것이다.
자칫 크게 악화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꽤 많은 돈이 들었지만 급한 불은 끈 셈이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연말에 정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혼탁한 마음을 청소하는 일일 것이다.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지닐 것은 지니며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하자고 결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마치 새 차를 갈아 타듯, 낡은 워터 히터를 바꾸듯이,
유리창을 닦아내듯이 우리 심령도 깨끗하게 닦고
정리와 정돈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일까?
쉬운 일이 아님을 나는 잘 안다.
한 해는 환난 가운데서도 주님의 축복이 가득했던 감사의 해였다.
이제 마음의 먼지를 털고 물로, 그리고 세척제로 닦고 씻어야 한다.
깨끗한 창문으로 한층 명료해진 밖을 바라보듯
깨끗해진 마음의 창문으로 새해의 소망을 바라 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