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나의 선생님들] 스승의 날에
  • 2015.05.16
  • 조회수 2598
  • 추천 0
1949년 가을, 나는 대망의 경기중학교에 입학하였다. 반을 배정 받았는데 7반이었다. 이종하(李鍾夏) 선생이 담임이 되셨다. 경성대학 영문과 출신이고 아주 얌전한 선비였다. 아이들은 키가 큰 순서로 자리를 배정 받고 번호도 받았는데 나는 그때만 해도 키가 커서 5번이었다. 넘볼 수 없는 1번은 김강영이었고 이어서 박규창, 유재완, 정지현, 나, 신학균, 김형기 ..이런 순이었다. 나는 아마 성적 7등으로 입학했던 모양이다. 반장이 되었다. 부반장으로는 그후 친 형제처럼 친했던 김강영이 맡았다. 부반장은 키가 제일 큰 강영을 담임 선생님 재량으로 지명했던듯 하다.

이종하 선생님은 전형의 선비였다. 성격은 깨끗하고 얌전하셨는데 일테면 내성적인 분이었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반장은 담임 선생님의 조수였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선생님을 모시고 가정방문을 하던 일이다. 아마 반 아이들의 가정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방문했고 언제나 내가 수행했다. 종로 뒷골목에 있었던 어느 가정을 방문했을 때였다. 크지 않은 한옥이었는데 마당에 맥주가 노적까리 처럼 쌓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맥주 대리점이었던 것이다. 아마 조한무였던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아버지는 외출중이라 외삼촌 되는 분이 선생님을 맞이하셨는데 크지도 않은 주량에 근쳐에서 시켜온 청요리 안주를 곁드려 좀 많이 드시고 얼굴이 빨개져서 종로 거리에 나왔던 기억이 난다. 화신 백화점을 지나게 되었는데 나는 문앞에서 기다리게 하시고 안에 들어가셔서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지 않은가. 화장실에서 가신 것이다.

윤배가 조금 썼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아주, 아주 생생한 분은 한문을 가르치던 정성근(鄭性根) 선생님이시다. 연세가 몇이었을까. 아마도 60대였을 것이다. 또 다른 한분의 한문 교사, 이윤기 선생님이 한복에 고운 모시 두루막까지 입고 중절모자를 쓰셨던 반면, 정성근 선생님은 오래되어 꼭 끼는 양복에 조끼까지 입으시고 테가 굵은 안경을 끼셨다. 첫 한문 시간인데, 반장이던 나는 늘쌍 하는대로 차렷! 하고 경례를 드리니까, 선생님이 경례를 받지 않으시고 조금 뜸을 드리다가 "인원 보고!"라고 째랑 째랑한 음성으로 명령하시는 것이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총원 63명, 사고 1명, 현재원 62명.."아마도 이렇게 보고한듯 하다. 칠판에 한자를 쓰셨는데 한 자, 한 자가 붓글씨를 쓰시듯 하였다.

생물을 가르치던 홍원식(洪元植) 선생님은 괴짜였다. 그가 교실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크게 긴장하였는데, 특히 내가 그랬다. 단위에 서시면 "반장! 일어서!"로부터 시작해서 특유의 '박해'가 시작된다. 그때부턴가, 나는 생물이 싫어졌다. 아니, 생물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의 미움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특히 내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한 것은 바로 옆반 반장이던 김승업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거기 비교하여 나를 '구박'하시는 것이다. "언제나 홍원식 손을 벗어나나"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선생님의 칭찬, 그리고 꾸중은 아이들의 장래를 좌우하는 힘이 있다. 김승업은 생물을 좋아하고 큰 의학자가 되지 않았는가?

고명휘(高明輝) 선생님은 6반 담임이셨다. 문자를 뜻으로 풀면 높고 밝고 빛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 선생님은 키가 작고 빛깔이 검고 잘 생기지 못한 용모를 가졌다. 이름과는 정 반대였다. 동양사를 맡아 가르치셨는데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시고 마음도 좋으셨던 것 같다. 크게 꾸지람을 듣거나 매를 맞은 기억이 없으니까. 싱긋이 웃으시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곧 나타나실 것 같다.

김문주(金文周) 선생님은 수학 선생님이시다. 고명휘 선생님의 모습보다 결코 더 잘 생겼다고 할 수 없다. 얼굴 색은 검고 머리카락은 빠져서 드물었으며 뿔테 안경을 걸치셨다. 그리고 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분이었다. 별명을 아골타라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뜻은 알 수 없다. 다만 수려한 사람에 해당하는 별명은 아닌 것 같다.

너무 반듯해서 험 잡힐 때가 없는 분이 서장석(徐章錫) 선생님이다. 키는 크지 않으셨으나 잘 생긴 미남이었다. 그분은 공민 과목을 맡으셨는데 경기의 역대 수재 명단에 들고 경성대학 법학과를 졸업하셨다. 교육에 뜻이 있으셨겠지..고등고시를 보아서 법관이 되지 아니하고 후학을 가르치셨다. 후에 경기고등학교의 교장을 역임하셨는데, 지금도 생존해 계신지..친구들의 기억을 빌려야 하겠다.
  • 이광수2015.05.16 11:48

    신고

    한국에는 스승의 날이 있습니다.
    물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스승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하는 날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나를 가르친 선생님들을 추억하는 글을 썼습니다.
    내 나이 80인데, 지금 은사님들은 다 어디 계실까?

새글 0 / 972 

검색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792 [한국에 상륙한 메르스] [2 2015.06.03 2532
791 반드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말씀 - 6월 28.. 2015.06.03 2499
790 비천한 자들이 전하는 아름다운 소식 - 6월.. 2015.06.03 2536
789 깨끗함을 얻은 나아만 - 6월 14일 속회교재 2015.06.03 2502
788 완악함을 버리지 못한 아하시야 - 6월 7일 .. 2015.06.03 2338
787 [주일 설교 2015/5/24] [1 2015.05.24 2452
786 [나의 선생님들] 스승의 날에 [1 2015.05.16 2598
785 [나의 어머니] 가정의 달에 어머니를 생각.. [3 2015.05.10 2497
784 [Remembering My Mother...On Mother's Day] [1 2015.05.10 2452
783 [주일 설교 2015/5/10] [1 2015.05.10 2487
782 엄마들을 초대합니다 2015.05.06 2412
781 [황강숙 집사께] 오늘도 QT 방송을 듣고 (3) [6 2015.05.05 2648
780 [주일 설교 2015/5/3] [1 2015.05.03 2370
779 [관상쟁이와 성형수술] 2015.04.28 2485
778 밀알 장애우들을 위한 봉사 - 4월 18일
2015.04.28 2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