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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캘리포니아 운전면허 수험기]
  • 2015.06.18
  • 조회수 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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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운전면허 수험기]

캘리포니아에 살려면 운전은 필수다. 땅은 넓고 갈 길은 먼데 자동차와 운전이 필수일 수 밖에 없다.
노인에게도 운전은 필수이다. 나이가 먹으면 운전면허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 점점 희소가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노인이 운전면허를 따기가 젊은이에 비해서 어렵다. 육신과 정신이 노화하면 판단력이나 순발력이 줄고 운전 중 사고의 위험이 크다. 그래서 노인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얼핏 노인 차별인가, 생각하지만 그저 깔보는 차원의 차별은 물론 아니다. 노인의 안녕을 도모하고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처사이다. 보통 면허는 한번 받으면 5년간 유효하다. 70세에 이르기 전까지는 유효기간이 되면 자동차국 (Department of Motor Vehicle) 에서 새 면허증을 우편으로 보내 준다. 그러나 70까지다. 70이 넘으면 서류로 신청해서 시력검사를 받고 법규 시험을 합격해야 한다. 법규 시험은 필기이고 보통은 18문제에 15개를 맞추어야 한다. 물론 재시험을 볼 수 있으나 단번에 붙도록 미리 잘 준비해야 한다.

나는 지난 주 운전면허를 경신했다. 물론 시험을 보고 합격한 이야기다.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 이야기를 하나, 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나는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첫째 관문은 시력 검사이다. 나는 벌써 1년이 가까워 오는구나. 양쪽 눈의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원래는 오른쪽 눈만 수술을 받아려 했으나 엉겁결에 두 눈을 다 받았다. 그리고는 많이 후회했다. 몇달이 지나도록, 아니 아직까지 눈이 부시다. 광선이 강한 곳에서는 썬글래스를 써야 한다. 걱정이 많았는데, 안경점에서 검안을 받으면서 그런 우려가 가라앉게 되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흔히 있는 후유증이고 시간이 가면서 나아진다는 것이다. 내 눈을 검안한 검안의는 수술이 잘 됐다고 평하면서 내가 운전면허 경신을 걱정하니까, 전혀 문제가 없다고 진단해 주는 것이다. 면허 경신에 필요한 기준은 아주 느슨한 것이어서 안경을 쓰지 않고 육안으로도 무난히 합격할 것이라 했다. 정말 그랬다. 육안으로 나는 한 개도 틀리지 않고 모두 정확하게 식별했다.

얼마전에 내가 친하게 지내는 어느 목사님이 캘리포니아 면허를 받게 되었다. 물론 평생을 운전하던 분이지만 캘리포니아 면허는 처음이었다. 미국은 50개의 주와 수도인 워싱턴에서 각각 면허증을 발급한다. 면허는 주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버지니아 면허를 가졌더라고 캘리포니아에서 운전하려면 캘리포니아 면허를 받아야 한다. 캘리포니아 면허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아니 이곳 주민들이 그렇게 말한다. 아마 텍사스 주민은 텍사스 면허가 제일로 까다롭다고 할 것이다. 내 친구 목사님은 시력 검사에서 걸렸다. 정밀 검사를 거쳐 안과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첩첩 산중, 의사의 진단서를 받은 DMV에서는 실기 시험을 부과하였다. 그리고 완전히 패닉에 걸리게 되었다. 나는 그분에게 쪽집개 과외를 제안했다. 면허 시험에 붙도록 과외를 하고 수입을 올리는 중국계 사람들이 있다. 목사님은 과외를 한번 받으니 자신감이 많이 회복되어 두번을 받고 실기에 합격했다. 그러나 유효기간이 2년 짜리였다.

나는 시험준비를 열심히 했다. 모의 시험지를 이용하는 수법이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신감이 줄고 불안감이 증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매우 아리숭하다. 한국어로 번역한 것은 더하다. 영어로 된 문제라고 깜빡하면 오답을 고른다. 몰라서가 아니라 문제의 논리를 오해하고 오류를 범하게 되어 있다. 보고 또 본다 해도 그런 논리의 오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래도 미리 연습할 것을 권하고 싶다. 친구가 근간에 시험을 보았는데 그의 체험을 들어 보았다. 전과 달라진 건, 컴퓨터로 보는 게 있다는 것이다. 그는 컴퓨터로 보았는데 만점을 받았단다. 그래도 내게는 영어 페이퍼로 치는 게 좋을 것이라 하였다.

시험장에 갈 때만 해도 나는 영어로 종이 시험을 보려했는데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니 컴퓨터 앞에 앉은 자신을 발견했다. 시험 관리자가 그것을 권면한 것도 이유리라. 손가락으로 정답을 누르게 되어 있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나씩 답을 눌러갔다. 오답은 오답이라 알려준다. 그러나 정답이라고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시간 제한이 있지만 나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갔다. 그리고는 "Congratulations! You passed the examination!" 이라는 사인을 보았다. 엉겁결에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시험관이 내게 임시 면허증을 건네고 나는 다시 5년간 캘리포니아의 하이웨이를 누빌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나 틀렸다. 왜 학교 부근의 제한 속도를 15 MPH 라고 눌렀는지. 매일 25라고 쓰인 지역을 지나면서도 정답을 놓치다니. 그래도 고맙다. 몸이 불편해서 운전을 포기한 친구들도 여럿 있다. 면허는 있지만 프리웨이에 나가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닐 것이다.

인생에는 큰 것, 작은 것 앞을 막는 장벽들이 있다. 젊어서는 훌쩍 넘던 장벽도 점점 만만하지 않다. 이번에도 인생의 종착점이 눈앞에 있는데 또 작은 장애물 하나를 훌쩍 넘은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 Martin Kim2015.06.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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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 드립니다.
    운전 중요하지요. 두다리가 성하지 않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희망이 있지만
    최소 5년은 젊게 사세요..

  • 이광수2015.06.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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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고교 홈피, 홍현다랑에 올린 글입니다.
    교우들과 나누려고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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