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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한국의 긴장을 바라보는 두 시각]
  • 2015.08.23
  • 조회수 2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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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과 과민 감각]

근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일찍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위중한 상황이다. 일촉 즉발 무서운 전쟁이터질 것 같고 국운이 마치 백척간두에 놓인듯 위급한 상황이다. 나는 미국에 산다. 미국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분쟁의 땅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지대이다. 전쟁이 발발해도 나는 안전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마음은 멀리 위기에 처한 모국에 가 있다. 위험에 처한 모극의 모습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밤잠을 설치며 뉴스를 살피고 한국에 사는 피붙이들의 안위를 걱정한다. 국면은 변화무쌍해서 쉽게 예칙하기 어렵다. 소위 최후의 "시한"이 가까워 지면 안절부절 못하다가도 뜻 밖에 협상이 시작되었다고 가슴을 쓸어 내린다. 마라톤 회의는 장장 여러 시간을 끌고 뭔가 부드러운 이야기도 나눌뻔 하지만 주변의 무력 시위는 여전하고 회의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도 없다. 일희 일비, 낙관과 비관이 교차되는 해설을 들으며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

우리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였다.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곤 했다. 많은TV 프로가 퍄노라마 처럼 70년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굳이 텔레비를 보지 않더라도 내가 살아온 풍운의 시대를 회고하며 70년을 살펴보았다. 외국에 사는 때문일까? 나의 느낌은 남달랐다. 우리 세대야 말로 그 70년의 세월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세대이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파란만장한 생애를 겪은 게 우리들이다. 나라를 잃어 일본의 종살이 하던 때에 우리는 태어났다. 나라만 잃은 게 아니라 성도 이름도, 말도 잃었었지. 연합군의 덕으로 우리는 해방과 독립을 얻었다. 하마터면 해방이 무엇인지, 독립이 무엇인지도 모를뻔 하지 않았는가. 겨우 국민학교 3학년의 코흘리기들이 제 각기 그려서 만든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가 독립만세를 부르던 기억이 바로 어제와 같다. 그게 벌써 70년 전이고 우리의 나이는 80에 이르렀다.

오늘날 내 조국은 어디를 보아도 우뚝 섰다. 흔히 말하는 경제의 번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것이다. 그래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지구 위에 어떤 다른 나라가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얻었는가? 오직 한국 뿐이 아니던가? 그러나 다른 모든 나라들이 이루었어도 우리만 이루지 못한 아픔이 있다. 그것이 분단이요 아직도 이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지 못한 아픔이다. 한국과 더불어 분단의 상징이던 독일도 통일 대국을 이루었고 세계에서 분단으로 남아 있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이 분단은 그냥 분단이 아니다. 나라와 민족을 인질로 삼고 전쟁의 위험을 겪지 않을 수 없는 혹 중의 혹인 것이다. 혹독한 전쟁의 화를 겪은지도 오래 되었건만 아직도 우리는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특이한 것은 한국의 위기를 보는 시각이 극단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하나는 과민이고 하나는 둔감한 것이다. 상식으로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더 민감하고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둔감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나는 민감한데 한국에 사는 내 아들은 오히려 나보다 태평하다. 아비가 걱정하니까 짐짓 태평한 체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태평한 것이 둔감한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감 때문일까. 후자인 것 같다. 나는 어제 아들과 전화했다. 고위급 회담을 두고서다. 아들이 말한다. 북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건 스스로 자멸하는 것이고 그래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군사력이 월등히 뛰어난 한국을 북한이 그리 쉽게 침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군사력의 시위도, 회담의 제의도 모두 그들의 책략일 수 있다고. 6.25 전쟁 직전에도 이북에서는 조만식 선생과 남한의 김삼룡 이주하를 교화하자는 회의를 제안해서 안심하게 하고서 침공하지 않았느냐고. 내게는 아직도 전쟁의 상처가 완치되지 않았다. 악몽처럼 그 때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곤 한다.

너무 과민한 것도 둔감한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이번 사태를 보며 패닉에 걸리지 않고 자심감을 지니고 있는 젊은 세대가 대견하다. 그러나 유비무환은 박정희 대통령만이 부르짖은 구호가 아니다. 어쩌면 절체절명의 진리인 것이다. 자신가을 갖되 그러나 위험을 감지하고 미리 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갖기를 바란다. 너무 민감해서 온통 걱정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도 이제는 근시을 내려 놓자. 근심이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심감으로 마음을 무장하고 나라의 위난을 온 국민과 더불어 대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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