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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시시각각이 카이로스의 시간이었습니다]
  • 2016.06.04
  • 조회수 2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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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은 카이로스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새벽예배는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준 특별한 시간이었다. 지난 8년간 우리와 함께 하셨던 한의준 목사님이 하와이로 떠나시며 우리와 함께 하는 마지막 새벽예배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뜻의 “회자정리 (會者定離)”라는 사자 성어가 있다. 그런 진리를 모르지 않지만 마음에 엄습하는 섭섭함을 새길 수 없다. 이 사자 성어를 “이자정회 (離者定會),” 헤어진 사람은 꼭 다시 만난다로 바꾸어 부르고 싶다.

문득 8년전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생각이 난다. 격식을 초월한 것이었다. 정식으로 부임하기 전 그는 불쑥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시고 첫번째 설교는 느헤미야였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기적과 같이 그분이 교회를 떠나시며 마지막으로 하신 설교도 느헤미야였다. 오실 때의 말씀은 목사님이 고르신 것이었지만 마지막 새벽기도 본문은 교재에 따른 것이다. 참 오묘한 일치다. 우연이라기에는 역시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하신 일임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목사님은 우리 교회에 오시면서 자신의 비전을 밝힌 것이었다. 당시 교회는 여러가지로 표류하던 시절이었다. 건축을 두고 교인들의 의견이 갈라져 있었다. 일을 추진하던 건축위원장이 사퇴하고 다른 교회로 이명하기도 하였다. 교인들이 건축헌금을 시작했으나 계획 자체는 표류하고 좌초해 있었다. 이런 와중에 담임 목사가 바뀐 것이다.

모두의 초미의 관심사는 건축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이런 때, 일을 추진하던 전임 목사님이 떠나시고 새 목사님이 오시니, 교회는 사공을 잃은 작은 배와 같았다. 풍랑은 거센데 새로 배의 키을 잡는 새 목사님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험란한 바다를 향해 항해하려 할까, 아니면 항구로 다시 회항해서 닻을 내릴 것인가?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한 목사님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새로 부임한 한의준 목사님의 첫번 설교가 느헤미야였다. 느헤미야는 멀리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갔던 유다 유민의 자손이다. 그가 훼파된 예루살렘의 성벽을 재건하려고 결연히 떠나고 성벽과 성문을 수축하는 모습, 한 목사님은 그런 느헤미야를 본보기로 삼았던 것이다. 한 목사님의 비전과 방향은 분명하고 담대하였다. 아무 머뭇거림 없이 “나도 느헤미야 처럼 훼파된 성벽을 재건하고 예배를 회복하겠습니다” 를 만천하에 천명하였다. 그리고 건축이 시작되었다.

발표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교회의 일치를 이루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도우시고 오늘 아름다운 새 성전을 가지게 되었다. 느헤미야가 그랬듯이 교회를 짓는 일은 다만 하드웨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인들의 화합을 이루는 일이 더 어려운듯 했다. 성벽이 훼파되고 성문이 불타면 그곳에 사는 거민도 훼파된다.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들의 마음은 흔들리고 심령은 갈급하였다. 목사님은 어려운 건축을 훌륭히 완성하셨다. 그것은 사람의 힘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과제였고 성과였다.

나는 젊어서 예수님을 만나고 평생을 그의 장중에서 살았다. 내 인생 역정의 거개를 하나님과 교회와 함께 한 세월이었다. 그러나 지난 8년간은 긴 신앙생활 가운데서도 두드러지게 행복한 삶이었다. 교회가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아름다운 교회로 만들기를 간절히 기도한 한의준 목사님 때문이다. 그 세월은 다만 크로노스가 아니었고 시시각각이 카이로스의 시간이었다. 내 인생은 복된 인생이다. 하나님을 믿은 세월이 행복했고 남가주주님의 교회에서 한의준 목사님과 함께한 시간이 복된 시간이었다.

느헤미야는 예루살렘 사람들이 훼파된 성벽과 성문을 재건하는 모양을 그린다. “그때에”로 시작된 재건 사업은 만민이 참여하여 이룬 사업이란 것이다. “그때에”는 “그다음은”으로 이어진다. 양문의 건축에서 들보로, 문짝으로, 다음으로 다음으로 이어진다. 교회는 어느 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어느 목사 하나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목사에서 다른 목사로 또 다른 목사로 이어진다. 모두가 바뀌지만 불변의 존재는 오로지 하나님뿐이시다.

예루살렘 성벽의 건축은 끊이지를 않는다. 교회도 이와 같다. 마침표가 아니고 쉼표다. 오늘 본문도 “빗장을 갖추었다,” 가 아닌 “빗장을 갖추었고.”로 마감한다. 건축이 이어지는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릴레이 경주가 끝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 목사님도 말씀을 묵상하며 크게 깨달았다. 남가주주님의 교회에 쏟았던 8년간의 세월과 자신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으나 그것은 하나님의 손아귀에서 여러 사람들이 이어가는 섬김과 충성의 모습일뿐 결코 “내가 한 일, 업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대오각성일 것이다. 남가주주님의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며 자신의 비전을 폈던 한 목사님은 교회를 떠나며 홀연히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것이다. 그것은 엄중한 경고의 말씀이기도 훈계의 말씀이기도 하다. 그분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과 가호가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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