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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다테마에(建て前)와 혼네(本音)]
[타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 

“타테마에”는 겉모습, “혼네”는 속내를 뜻하는 일본어이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화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표현 속에서 이중성을 띠어 믿을 수 없는 일본인을 묘사하고 질타한다. 

이들 두 단어가 우리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때로는 겉모양은 좋지만 속내가 나쁘고, 때로는 속내는 그렇지 않아도 겉으로는 알기 어렵다. 과연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다르며 이는 악덕일까? 단연 그렇다고 한국인들은 대답한다. 속과 겉이 다르니 나쁘다고 부정적 해석을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겉과 속이 같은 것이 바람직한 인격이라고 가르쳐 왔다. 그런 문화에서 겉과 속이 다른 것은 악덕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해석이 옳은 것일까? 

일본인은 왜 타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를 구별하는 것일까? 우리는 겉과 속의 이중성을 배척하는 반면,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달라도 된다는 의미일까? 그런 부정적 의미라면 일본인 스스로가 이런 표현을 입에 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일본인이 아니다. 따라서 그들만이 생각하고 규정하는 뜻을 꼭 정확하게 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인이 혼네라고 여기는 것, 그리고 타테마에라고 여기는 것은 속에서 끓는 감정을 그대로 겉에 표출하는 것을 꺼리고 다스린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다. 

나쁜 감정, 일테면 울분, 저주, 멸시 등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사람이 타테마에라 하는 것에는 이런 나쁜 감정을 거르지 않고,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경계한 것이 아닐까? 좋은 감정이라고 절제함 없이 드러내는 게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동양인은 전통적으로 육체적, 본능적인 것을 드러내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다. 옛  사람들은 요즘 젊은이들의 유행 처럼 짧고 노출이 많은 복장을 경계하였다. 노골적인 애정의 표현도 금기 사항 가운데 하나였다. 그뿐 아니라 아무리 기뻐도 타인의 면전에서 헤벌려 웃는 것은 금기였고 아무리 분해도 만인이 보는 앞에서 타인을 욕하거나 매도하는 것을 삼가는 게 예의였다. 

일본인과 한국인은 생김새가 같을뿐 문화는 많이 다르다. 그래도 아시아적인 문화를 공유하는 가운데 서양 사람들의 외향적 표현과 달리 다소곳 감정을 억제하고 거르는 미덕을 존중했다. 일본인은 아마도 이런 문화가 더 깊숙히 자리잡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도 여과 없이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가고 표현하고 싶어도 너무 지나친 제스추어는 참고  묻어 두기도 한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은 아직도 끓고 있을 때, 속은 끓어 터질듯 해도 겉으로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타테마에의 미덕이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부모라 하더라도 자녀들에게 훈계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손자의 버릇을 훈계하다가 공연히 노여움을 산 체험은 수도 없이 많다. 어른의 본을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보일 것인가? 스스로의 인격을 쌓아가는 수 밖에 없다. 인격을 쌓는 가운데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밖에 노출하지 않고 더 진득한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지혜와 인내를 갖춘 사람을 ‘점잖다’고 한다. ‘점잖다’는 젊지 않다의 준 말이다. 세월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세월이 가더라도 우리는 가는 세월과 더불어 점잖아 져야 할 것이다.  

kg51.org    홍현다랑에 올린 글
  • 이광수2017.04.09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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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전 고등학교 동기들의 홈피에 올렸던 글입니다.
    주말에 좋은 읽을 거리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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