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나산_ 노영매 3_2_2020
지칠 때마다 떠오르는 산 하나
페루 웨이나산
거기까지 가기도 힘이 들었는데 내 앞에 우뚝 버티고 있다.
비행기로 리마와 쿠스코로 두 번 건너뛰고
버스로 산등성이를 서너번쯤 휘감고 돌은 후에
땅만 내려다 보고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씩, 삼일 걸려 여까지 숨 몰아쉬며 왔는데
웨이산이 거대한 모습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귀엽게 꼬부라진 두 뿔을 자랑하는 알파카들이 유유히 풀을 뜯는 아름다운 산
잉카 제국의 장엄함을 오백 년 넘게 지켜낸 정기가 흐르는 산
키는 작지만 백파운드 넘는 짐을 등에 지고 성큼 성큼 뛰어다니는 포토들이 있는 산
그 산들보다 더 멀리 마지막에 더 높고 가파르게 하늘에 붙어 있는 웨이나산
그 산이 나를 부르고 있다.
몸이 가까이 갈 수록 웬걸! 마음은 더 멀어진다.
마음은 뒤에 남기고 부름에 몸을 맡겨 본
다.
두 팔을 벌려 산을 품고 산과 하나되어 그저 아무 생각없이 오르고 또 오른다.
살짝 얼굴에 스쳐가는 바람 덕분에 땀을 말리고
갑자기 나타난 평평한 길, 마치 행운이라도 잡은 듯 힘이 솟구쳐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아 그런데 벌써 정상인가!
이젠, 더 가려해도 길이 없는데
나는 허공을 향해 자꾸만 헛 발질을 하고 있다.
각주: Machu Picchu페루에 있는 잉카문명의 고대 요새 도시, 7대 불가사이 중 하나, Trekking 8월 2019 하고 나서
Huayna Picchu (우아나산) 그 중 제일 높은 산 13,500 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