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곳은 마치 태풍이 지나간듯 하다.
박근혜는 선전했다.
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면 문재인도 선전했다.
무명의 정치 아마튜어가 진보의 돌풍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투표에 참여한 국민들이 선전했다.
위험한 변혁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도
자칫 안일하고 오만하기 쉬운 장기 집권을 견제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착한 선거이다.
현명한 선거였다.
나는 투표를 위해 김포행 비행기를 탔다.
날씨는 다시 춥고 길이 미끄러웠다.
그러나 마음은 푸근하고도 긴장해 있다.
5년 전에도 대선 때 한국에 왔고 신성한 한표를 던졌다.
이번에도 선거에 참여하게 되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하루 하루가 피말리는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텔레비젼 토론에서는 불튀는 논쟁이 계속되고
심지어는 막말로 한 나라의 으뜸 지도자를 뽑는 선거를 이전투구로 만들기도 하였다.
막판, 네가티브가 난무하는 가운데 여야로 나뉜 토론자들의 논쟁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매일 격동과 흥분, 그리고 분노를 억제하기 힘든 세월이었다.
인심은 갈리고 민중들의 분노도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연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될까.
마치 풍전등화와 같이 위태롭게 생각되는 시시각각이었다.
김포에 도착해서 잡은 택시에서 기사에게 들은 분노의 음성은 가뜩 불안한 나를 좌불안석으로 만들었다.
정말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과 주위의 부패가 그렇게 큰 것일까?
민중들의 분노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유언비어에 불과한 것일까?
나의 주변에는 늘 중상층의 사람만 있었고 생각은 보수적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구나..나는 비로서 민심의 저변을 보는듯 했다.
택시 운전사는 언제나 민심의 표본이라 했고 민심은 천심이라는데..
천심은 과연 젊은이들이 중심이된 큰 변혁과 진보적 시각을 원하는 것일까?
출구조사를 기다리며 마음을 조렸다.
드디어 출구조사가 발표되었다.
박빙의 차로 박근혜가 이길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차이는 오차 내에 있었고 그것은 언제나 뒤집힐 수 있는 범위였다.
나는 서둘러 분당에 이르고 아들 내외와 더불어 개표 결과를 지켜 보았다.
출구조사와는 달리 꽤 넉넉한 차이로 박근혜가 당선되었다.
사상 초유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과반 획득, 부녀가 대를 이은 초유의 케이스,
오늘 아침 신문의 톱을 장식한 캡션들이다.
언제나처럼 아주 좋은 지도자가 있어서 한 표를 던지기는 어렵다.
이번에도 내게 최선의 입맛에 딱 맞는 지도자는 없었다.
그러나 그럴 때 내게는 최선이 없으면 차선,
최악을 피하여 차악을 선택하라는 큰 철학이 있다.
이번에도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택하려는 것이 선거에 임하는 나의 생각이다
오늘 아침은 당선자의 동태를 전하는 뉴스로 언론은 바쁘다.
그는 어떤 대통령이 될까?
비록 텔레비 토론에서는 논쟁에 어눌하여 사람들을 실망 시켰지만
여러 가지 네가티브로 고전을 면하지 못했지만
아버지 박정희를 뒤에 깔 수 밖에 없는 숙명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정말 민생, 약속, 그리고 대통합을 이루는 좋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5년이 한국의 양적 질적 발전을 이루는 좋은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