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2006 Hollywood Forest Lawn
속회명단에서 잠깐 보았던 남구 (남병호) 성도의 장례예배 기도를 이정환 목사님이 나에게 부탁했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받아 들이면서 교회 사무실에서 준비중인 장례순서지의 남병호 성도의 약력을 살펴 보았다. 너무나 약력이 짧다. 간단히 세 줄의 약력에 출생, 도미, 소천이 적혀있다. 기도를 준비하기에는 막막한 약력이지만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준다. 약력을 전해 주었을 부인인 남바니 성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일년 사이에 다섯 번째 겪게 되는 죽음이, 그것도 가장 사랑했고 의지했던 남편의 죽음 속에서 고인의 약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 장식물이고 죽음의 본질을 흐트러 뜨리는 것이겠지…… 아무리 화려했던 경력이라도 죽음을 예쁘게 치장하는 몇줄의 문장으로 장례식에서 사용 되어지고, 그리고… 잊혀진다. 나이를 계산을 해보니 나보다 네살이 적다. 나보다 젊은 사람의 장례 라는것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또한 생전 처음 장례기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교우들과 교회 밴을 이용해서 30분 전에 도착하여 보니 한시간 전의 다른 장례식이 막 끝나서 검은 옷의 조문객들이 예배당 문을 통하여 나오기 시작한다. 장례위원이 CART 위에 실려진 관을 밀며 나오고있다. CART 보다는 고인과 가까운 사람의 손에 운구되는 모습이 훨씬 보기에 좋구나 생각하며 “어쩌면 운구할 젊은이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지…” 하고 추측도 해본다.
햇빛이 너무 강하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다. 장례예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죽음을 생각하며 밀려오는 허무에 묻혀 버리기에는 오히려 이런 날씨가 좋다. 불어대는 바람위에 쓸쓸한 내 마음을 얹어놓아 날려 버린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흙으로 만들어졌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임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 자체가 좋은 신앙 일텐데… 내 욕망과 열정과 허망함을 저 바람에 얹어놓자. 그러면 자유해 질까?
티끌로 되돌아 갈 내 육신인데… 어찌 티끌이 하나님의 바람결을 거슬릴 수가 있나?
그저 하나님의 바람결에 함께 날아가고 흘러가야지…
30명이 모인 조촐한 모임이었지만,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진한 감동과 사랑을 나누었던 장례예배였다.
(기도)
혼돈 속에서 질서를 세우시고, 또한 암흑속에서 빛을 창조하여 주신 창조주 하나님 아버지. 혼돈과 암흑이 하나님 아버지의 한손에서 만들어졌고, 질서와 빛도 아버지의 다른 한손에서 역사 되어졌습니다. 생명이 하나님 아버지의 한손에 있고, 또한 사망이 아버지의 다른 한손에서 역사 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에게 하나님 아버지의 생기를 불어 넣으시어 살아있는 영으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우리는 남 병호 성도의 장례예식을 위하여 이렇게 모여 예배를 드리며 그의 육신을 아버지께 보내 드리는 절차를 갖습니다. 먼저 그의 영을 성결하게 씻어주시고, 받아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간구합니다. 나의 삶이 유한함을 명백히 알면서도 많은 순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는 우매한 우리들 에게도 긍휼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고 남병호 성도는 이세상의 마지막 일주일을 성경묵상을 하고, 기도하며 또 회개하는 심령이 되어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믿는이답게 잘 정리 하였습니다. 그의 육신이 비록 사망의 골짜기를 건너게 되었지만, 하나님 아버지께 무릎꿇고 회개의 시간을 갖게하여 주신 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에 우리 먼저 감사하며 장례예배를 드리오니 받아 주시옵소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주어진 시간의 한정 속에서 존재하다 사라지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법칙 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한계가 마치 나에게는 예외인 것 처럼 생각하며 살아 갈 때가 많았습니다. 참말로 피곤하고, 연약한 인생 들입니다. 하나님의 크신 팔에 안기고저 하오니 주여! 받아 주시옵소서.
우리의 삶 속에서 문득문득 맞닥뜨리는 환란이 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병이 우리를 두렵게하고 우리의 생활을 핍박 합니다. 지난 일년동안 다섯번 씩이나 가까운 가족을 한분 또한분 떠나보내며 절망 속에서 애통해하는 유가족의 아픔이 있습니다.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였던 남편을, 또 아버지를 보내는 남바니 성도와 수지, 민석이를 주님! 위로하여 주시옵소서.
발밑이 꺼지는 것 같은 절망을 안고 슬퍼하는 유가족의 눈물을 딲아 주시옵소서.
가장 큰 시련, 가장 힘든 고통의 시간입니다. 가장 큰 시련이 가장 깊은 믿음을 키운다 하였습니다. 견디기 어려운 그 시련과 절망의 시간이 오히려 축복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게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보다 더 선명히 깨닫게 되고, 그동안 듣지 못 하였던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는, 그래서 보통의 존재에서 특별한 존재로 다시금 태어나는 축복의 시간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남바니 성도와 동행하여 주시사, 이제부터 함께 하시는 성령님을 경험하며 담대하게 이세상을 대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하여 주시고, 나의 모든 것이 되신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었노라고 고백하는 그딸의 신앙이 되어질 수 있게 역사하여 주시옵소서.
주여! 이 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 뿐 입니다. 기도하는 심령들 위에 함께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것에서 자유하신 하나님, 모든 것에서 부자유한 유가족과 우리에게 긍휼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순례자와 같은 우리의 인생길 입니다. 왔다가 가고, 떠남과 돌아옴이 반복되는 인생입니다. 그 안에서 고통과 기쁨도 얻게 되고,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고민과 번뇌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나를 알게 되고 또 창조주 하나님을 알게 됩니다. 이 장례예식를 통하여, 토기장이인 하나님의 손에 놓여있는 진흙이 남병호 성도이자 우리자신 임을 알게하여 주시옵소서.
생명이 있었기에 사망이 있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있었기에 부활이 있습니다.
그 부활이 있었기에 영생이 있음을 믿습니다. 육신이 세상을 떠나 이미 영원한 처소에서 주님과 함께 있을 믿음의 형제 남병호 성도를 다시금 만날 것을 믿사오며, 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