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봉도란 섬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성봉도는 멀리 서해 옹진군에 있는 한 낙도이다. 이 섬에는 의사가 없다. 지금까지 성봉도 주민은 병이 나서 의사를 만나려면 여객선을 타고 두 시간이나 걸려 육지에 가거나, 몇 주일에 한번 방문하는 보건 요원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외딴 섬에 근래에 변화가 생겼다. 모니터를 통해 육지의 의사와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가 낙도와 오지 주민에게도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면서 동시에 서비스 업을 진흥하기 위해 취한 조처이다. 그러나 이런 시책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고 역풍이 거세다. 우선 의사협회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원격 진료로 동네 의사들의 환자가 감소하고 궁극적으로는 많은 의원과 병원들이 파산할지도 모른다.

새 정책은 과연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낙도 주민이 원거리를 가지 않고 모니터만 보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할 나위도 없다. 같은 정책이 서비스 업에 미치는 결과는 어떤 것일까?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짧은 시일에 한국은 경제강국으로 성장하였다. 과연 숨차게 달려온 여직것 처럼 미래도 순탄한 성장을 지속할 것인가? 오늘 월스트리트 저널 (Wall Street Journal)은 기사 머리에 성봉도의 원격 진료가 도입된 것과 연관해서 한국 경제의 취약점과 미래의 돌파구를 제시하여 우리의 관심을 끈다.

이제껏 한국의 경제는 수출에 의존한 경제였다. 수출이 전체 경제에서 점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 나라가 과도하게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수출 비중이 14%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수출에 국력을 기울였던 나라지만 통계에 의하면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프랑스가 29%이고 독일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 46%를 시현하지만 한국의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은 그보다 높아 56%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경기는 냉각된 상태이고 이런 불경기가 계속된다면 각국의 수입이 감소하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 특히 우리와 같이 그 비중이 높은 나라의 경제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는 논지이다. 그렇다면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여 그 비중을 늘리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서비스 업의 대표적 업종에는 외식 산업을 비롯하여 요즘은 문화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거기 더하여 교육, 관광, 그리고 의료 사업은 아주 중요하다. 성봉도에 영상 진료 시시템을 도입한 것도 경제적으로는 서비스 업을 활성화하여 수출에만 의존하던 것을 수정하려는 의도이다.

주요 국가의 경제에서 서비스 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어떨까? 미국과 프랑스가 가장 높아서 각각78%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이 73%, 독일이 68%이고 한국은 60%에 불과하다. 선진국 가운데 하위를 차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의 서비스 업이 아직 미숙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박정희 시대에서 부터 촉진해 온 수출 진흥정책, 제조업 중심, 중화학 중심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에 힘을 경주하면 다른 쪽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는 게 아닐까? 우리 민족의 “한”은 가난이었다. 가난이라면 온 겨레가 함께 공감한 우리의 한이고 우리 근대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전쟁이었다. 먹는 것, 입는 것은 모두 2차적 가치이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게 우리의 처절한 1차적 목표였다. 서비스 업은 그늘에 가리우고 때로는 비애국, 비윤리적으로 치부되는 아픔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배를 만들고 공장을 짓는 것이 한국의 상징이었다. 이런 가운데 서비스 업은 우선순의에서 밀리는 슬픔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정책은 여기서 벗어나려는 것이고 낙도에 영상 진료가 도입된 것도 그 일환인 것이다. 성봉도의 이야기가 월스트리트 저널의 주목을 받는 까닭도 새로운 방향으로 나침반을 조정하는 한국의 미래에 대한 관심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