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산책을 함께 갔다가 지현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지현은 우리 양딸로 근처 대형 교회를 섬깁니다.
아주 보수적인 교회입니다.
자연스럽게 월드컵 얘기가 나왔습니다.
얼마 전, "자유게시판"에 올린, "월드컵 열풍" 이란 내 글에
어느 장로님이 붙이신 댓글이 생각났습니다.
월드컵 때, 우리교인들이 "꼭지점 댄스"를 하며 응원을 할 것이라는 짧은 글이었습니다.
어느 집사님은 내 글에 화답하여 교회에 때이르게 붉은 셔츠를 입고 오시기도 했습니다.
"지현아, 너희 교회에서도 월드컵 열기가 대단하지?"
"붉은 티를 입고 꼭지점 댄스라도 할 거니?"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지현은,
"저희 교회에서는 목사님이 응원을 금하셨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곧 그것이 교회 안에서, 어떻게 "붉은 악마"의 응원을 허락할 수 있느냐,
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교인들이 붉은 악마의 복장을 하는 것도
응원의 함성을 지르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과연 "붉은 악마"는 "적 그리스도일까? "
두 개의 극명히 대조되는 시각을 봅니다.
악마라는 언어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그 하나입니다.
그런 해석이라면 교회는 악마라는 이름을 쓸 수도 없고, 붉은 셔츠를 입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월드컵 응원에 참가할 수도, 지지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다른 해석은, 붉은 셔츠와 악마라는 표현은 그저 복장이고 이름일 뿐이지
교회에서 말하는 "적 그리스도" 적 악마와는 성질이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나는 어떤 입장일까?
물론 후자에 속합니다.
한번도 "붉은 악마"가 "적 그리스도"라고 여기지 않은 것입니다.
한국 교회 안에서의 깊은 골을 실감했습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골입니다.
그러나,
"보수"는 반드시 문자적 해석을 고집해야 하는 걸까요?
"진보"는 반드시 이런 생각에서 완전히 일탈하여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두고두고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과제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