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열망하던 16강 진출은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거리 응원을 나갔던 붉은 악마들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우리 국민의 마음 속에는 어쩔 수 없는 섭섭함이 짙게 그늘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그들이 싸우는 동안 온 국민의 마음은 온통 우리의 정체성으로, 그리고 자긍심으로 뿌듯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마음에 깊이 깊이 흔적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아쉬움을 접고 다시 차분한 삶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프랑크푸르트의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어느 스위스 사람과 인사를 주고 받은 일이 있습니다.
나는 웃으며, "스위스의 모든 것을 좋아합니다. 단 한가지만 빼고...
스위스 축구팀을 나는 사랑하지 않아요!" 라고 말했을 때, 그는
"월드컵은 경기이니까요!" 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것입니다.
되씹고 되씹어 보아도 월드컵은 경기인 것입니다.
함축된 의미는 뜻밖에 깊었습니다.
첫째, 아무리 그것이 격렬하고, 온 국민의 열정을 모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게임이지, 우리의 명운을 건 절체절명의 그 무엇도 아닙니다.
둘째, 게임에는 이기는 자와 지는 자가 있습니다.
이기기를 바라지만 지더라도 실망과 좌절을 오래오래 담아 두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는 이기되, 다른 하나는 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운동 게임에서 요행은 쉽지 않습니다.
실력이 미달해서 오늘은 졌지만, 다시 땀을 흘리며 후일을 기약하여야 할 것입니다.
온 국민이 특별한 열정으로 자기 팀을 성원한 것은 우리만이 아닙니다.
일본도 그랬습니다.
어이없게 호주에 패전하고, 브라질에 지면서 일본 국민은 깊은 실망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경기 현장에서 어느 젊은 여성의 인터뷰 장면을 보고 나는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우리 팀은 이전보다 좋아졌어요. 다음 월드컵에서는 더 잘 싸우리라 믿습니다."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대답이었습니다.
우리도 다음 월드컵에서 더 잘 싸울 것입니다.
그날을 기약하며 모두가 "잘~ 싸워 준" 우리 태극전사들에게 박수와 갈채를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