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말과 같이 달리는 해] 2014년 연초에 썼던 글
  • 2014.12.31
  • 조회수 2504
  • 추천 0
천명종심 (天命從心)
이광수 컬럼

“말과 같이 달리는 해”
갑오(甲午)년 청마(靑馬)의 해가 밝았다. 일찍이 푸른 색깔을 한 말을 본 일이 없으니 청마는 아마도 상상의 말일지도 모른다. 어딘지 깨끗하고 신선한 인상을 준다. 시인 유치환(柳致環)은 그래서 호를 청마라 붙인 것일까?
말은 다갈색이 많다. 어느 것은 더 붉고 어느 것은 더 검다. 백마는 아름답고 귀하다. 그래서 전장의 앞에서 지휘하는 장수의 말은 흰 말이 많다. 동화에서 아름다운 공주가 그리는 왕자도 백마를 탄 왕자가 아닌가? 올해는 갑오년이다. 육십년에 한 번 온다는 청마의 해를 맞으며 우리 가슴이 설렌다.
말은 옛부터 인간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간의 동반자였다. 나폴레옹이 애마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그림은 젊은이의 야망을 자극한다. 그보다 오래전 칼타고의 하니발도 말을 타고 알프스를 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말을 탔을까? 신라 김유신 장군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유신은 화랑이었다. 글을 읽고 무예를 익히며 나라를 지키고 이끌 기상을 닦았다. 그러던 그가 사랑에 빠졌다. 천관녀라는 기생을 사랑하고 자주 그녀를 찾는다. 화랑도는 풍류를 숭상하지만 사랑에 빠져 지나치게 방종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어머니에게 호된 꾸중을 듣고 유신은 다시는 천관녀를 찾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어느날 유신이 글도 읽고 활도 쏘고 그리고 혹 술도 한잔 했을까?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오는 중에 마상에서 깜박 졸게 되었다. 그러나 애마는 주인의 뜻을 삺이지 못한채 늘 가던 천관녀의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잠에서 깬 유신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불같이 노했다. 생각해 보면 노할 일이 아니다. 잘못은 자기에게 있었으니까. 유신은 말에서 내려서 칼로 애마의 목을 잘랐다. 말을 징벌했다기보다는 자신을 심판하고 다시는 천관의 집에 가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삼국지를 좋아했다. 옛날 전쟁 이야기이고 유명한 장수들이 등장한다. 따라서 말도 하루 천리를 달리는 준마의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그러나 어느 말도 여포의 적토마(赤兎馬)에 비견할 놈은 없었다. 글자대로 풀면 붉은 빛이 도는 털에 토끼처럼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는 뜻이다. 원래 동탁이 타던 이 희대의 준마를 조조(曹操)는 여포(呂布)에게 준다. 그를 거두기 위하여다. 그러나 훗날 여포가 조조에게 잡히면서 적토마는 조조의 손에 들어간다. 나라는 셋으로 갈려 싸움하던 시대였다. 삼국지라는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조조, 손권, 그리고 유비(劉備)가 중원을 나누어 차지하고 서로 패권을 다투던 시대. 유비는 도원 (복숭아 뜰) 에서 관우, 장비와 의형제를 맺는다. 삼국지는 어찌보면 이들 세 의형제가 어떻게 서로 의리를 지키며 충성하는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조는 관우(關羽)를 선망하였다. 적장인 관우를 어떻게던지 회유하여 자기 수하에 두기를 원했다. 그런데 원소와의 전쟁에서 조조는 관우를 포로로 잡게 되었다. 유비의 행방은 묘연했고 관우는 유비의 부인을 동반해서 포로가 되었다. 조조는 어떻게든지 그를 회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명마 적토마를 주는 것이다. 적토마를 주기 전에도 조조는 관우의 환심을 얻으려고 노심초사하였다. 기름진 음식으로 대접하고 귀한 보화도, 아름다운 비단도 주었으나 관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조조의 환대가 초개(草介)와 같이 보인 것이다. 그런데 적토마는 달랐다. 관우는 기쁘게 받아들인다. 이를 보고 조조가 묻는다. “관공은 평소에 비단도 보화도 초개와 같이 여기고 받지 않았거늘, 어찌 이 말 한 마리는 기뻐 받으시는게요?” 관우는 대답한다. “이 적토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합니다. 행방을 모르는 형님, 유비의 소식을 들으면 이 말로 하루 천리를 달려 그에게 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조조는 무릎을 치며 개탄하였다. 거기까지 미쳐 생각지 못한 자기의 무심을 개탄한 것이다. 관우는 말대로 유비의 소식이 알려지자 적토마를 타고 하루 천리를 달려 그에게 갔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청마는 적토마보다 더 잘 달리고 주인을 더 잘 섬기는 전설의 말일지도 모른다. 새해는 청마의 해다. 움치러져 칩거하지 말고 청마를 타고 넓은 들판을 달리고 싶다. 가슴이 확 틔는 느낌이다. “전도와 선교의 해”, 거룩한 꿈을 안고 달리는 한 해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큰 기상을 지니고 준마에 몸을 날려 끝없이 넓은 들판을 달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2014년 2월 일
  • 이광수2014.12.31 09:16

    신고

    한 해가 가고 새 해를 맞는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던가?
    2014년 연두에 썼던 글을 다시 열어본다.

  • 이광수2015.01.01 10:09

    신고

    지난 2014년이 시작될 때, 우리는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보다도 더 빠른 청마와 같이 달리기를 소망했습니다.
    비록 아픈 기억, 안타까운 기억, 슬픈 기억들이 점철된 하 해였더라도
    하나님의 은혜로 묵은 해를 보내며 새 해를 맞이했습니다.
    금년에도 우리 삶 가운데 하나님이 동행하시고 지키시며 형통하게 하실 것을 믿습니다.
    여러 교우님들의 가정에 주님의 평강이 강물 처럼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새글 0 / 972 

검색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732 [쉬지 말고 기도하라] 걸으며 기도하기 [1 2015.01.24 2483
731 터어기 단기선교중인 이용래집사 소식 2015.01.24 2383
730 [Lippert 대사의 늦깎이 아들 이야기] [4
2015.01.21 2495
729 [주일 설교 2015/1/18] 2015.01.18 2363
728 선교편지 2015.01.16 2357
727 [주일 설교 2015/1/11] [1 2015.01.11 2302
726 [주일 설교 2015/1/4] 2015.01.04 2538
725 [말과 같이 달리는 해] 2014년 연초에 썼던.. [2 2014.12.31 2504
724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해 맞기] 2014.12.29 2363
723 [주일 설교 2014/12/28 송년 주일] [1
2014.12.28 3764
722 방글라데쉬의 장순호 선교사님의 선교소식
2014.12.24 2363
721 몽골에 허성근 선교사님 소식입니다 2014.12.24 2522
720 [성탄의 축복이 모든 교우들께 충만하시기를] 2014.12.24 2179
719 몽골의 선교편지 2014.12.22 2225
718 [주일 설교 2014/12/21] 2014.12.21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