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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Please Slow Down] 한국인의 등산문화
  • 2015.09.13
  • 조회수 2648
  • 추천 0
한국은 산이 많다. 국토의 75%가 산이다. 따라서 등산 인구도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누군가 “당신은 왜 산에 오르느냐?” 고 묻자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른다” 고 대답했다는 오랜 이야기가 있다. 한국인은 왜 산에 오르는가? 오늘 자 월 스트리트 저널이 한국인의 등산 문화에 대해 특집을 실었다.

산이 많아 등산 인구가 많은 나라로 스위스가 손꼽힌다. 알프스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등산객들이 융 프라우에, 몽불랑에 오를려고 스위스로 몰려 가고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나라가 많은 투자도 하고 있다. 고산 철도를 부설하고 케이블 카도 시설했다. 벌써 오랜 옛일이구나. 나도 몽블랑에 오른 일이 있다. 등산객으로 오른 것이 유산객으로 오른 것이다. 몽블랑은 백색의 산이란 뜻이다. 대개 스위스를 거치지만 산이 있는 곳은 프랑스이다.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깊은 협곡을 건너 정상에 오른다. 내가 올랐던 정상은 (곤돌라의 종착점이었을 뿐 그것이 산의 정상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동굴과 같이 생기고 간단한 와인과 스낵도 팔고 있었다. 정확히 이탈리아 영이라 했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태리 어를 쓰고 있었던가? 나는 따뜻하게 데운 붉은 포도주를 한 잔 마시고 마냥 고양된 기분에 쌓였던 일이 생각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 있어서 각처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은 네팔이다. 나는 아직 가 본 일이 없다. 많은 등산객들이 많은 비용과 어떤 때는 목숨까지 걸고 여기에 오른다. 에베레스트만큼 높지는 않더라고 그에 버금가는 다른 정상에 오르기 위해 평생을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불굴의 투기를 가지고 평생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도전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정복감, 성취감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은 산이 많다. 경치가 아름다워 세상에 자랑하는 산들도 많다. 백두산과 한라산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고 유명한 금강산은 북한에 속해 있다. 남쪽에는 설악산이 대표 산이라 할까? 그러나 가장 등산객 수가 많은 산을 북한산이다. 공원관리 당국의 통계에 의하면 매년 북한산에 오르는 등산객의 수는 팔백만이 넘는다고 한다. 북한산은 서울의 북방을 마치 병풍처럼 둘러싼 아름다운 산이다. 옛날 무학대사가 한양을 새 왕조의 도성으로 추천한 것도 뒤로 펼쳐진 북악의 위용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의 인구가 천여만 명이니 매년 팔백만이 이 산을 찾는다고 이상할 것은 없다. 더욱이 등산이 현대를 사는, 스트레스로 늘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이를 풀어야 하는 서울 시민에게는 주말에 오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매력일지 모른다. 근간에는 지하철과 버스가 바로 산밑까지 연결되어 등산객들의 접근이 용이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생활이 풍요해질수록 등산객들은 멋을 부린다. 좋은 복장에 비싼 등산화와 백팩을 진 등산객들은 주말이면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북한산으로 향한다. 외국 언론에 비친 등산의 모습이 어땠을까? 어디서나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한국인의 문화가 등산이라고 다를 이가 없겠지만 외국인들의 눈에는 꽤나 특이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표를 사고 산에 진입하면 등산객들은 천천히 주위의 경관을 감상하며 신선한 공기를 들이 쉬며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오르기는 고사하고 모든 사람들이 긴 장사진을 치며 정상을 향하여 빠른 걸음으로 오르는 것이다. 세상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등산도 정상에 오르기 위한 경쟁이요 스트레스인 것이다. 모두가 빨리 걷는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에 이르면 마치 하이웨이에서 보는 병목 현상처럼 긴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것이다. 먼저 오른 사람들이 사진을 한 장 찍고 급히 발을 돌릴 때까지 많은 등산객들이 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차례가 오면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정복감을 잠시 맛보고 인증 샷을 찍고 바로 하산 길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각자 지하철 역으로 버스 정유장으로 급히 내려가고 귀가를 서두르는 것이다.

공원공단은 이런 등산객들의 행태를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마치 벌떼와 같이 산에 오르고 곧바로 집에 돌아가는 등산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세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등산을 정부가 권하고 나선 것이다. 오늘 월스트리트 저널의 특집은 이런 제목을 달고 있었다.

“As Koreans Swarm Into Mountains, Government Pleads ‘Slow Down’
“한국인들이 산으로 벌 때같이 몰리자 정부가 나섰다. ‘속도를 줄입시다’”

우리 한국인의 국민성이 “빨리 빨리” 로 표현한다. 좋게 민첩성과 근면성이다. 이런 국민성이 오늘의 한국을 이룬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광복 70년, 마치 폐허와 같던 나라를 오늘처럼 부유하게 만든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개미처럼, 벌떼처럼 부지런하게 일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들에게 진짜 휴식이 필요하다. 등산이 좋은 휴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등산마저 다른 스트레스가 되는 것을 정부도 외국 언론도 경계하는 것이다.
  • 이광수2015.09.16 07:24

    신고

    작고하신 우리 장인은 산사람이었다.
    원래는 골퍼였으나 서울컨트리클럽이 어린이 공원으로 바뀌자
    골프 채를 꺾고 산사람이 되었다.
    그분은 장충동이 집어었으므로 매일 아침에 남산에 오르시곤 했다.

    어느날 나를 데리고 을지로 2가 골목 안길에 있던 수제화 집에 가서 등산화를
    마추게 하고 이를 선물하신 일이 있다.
    내가 그 등산화를 신고 등산인이 되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더러 그분과 함께 산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렇게 정답게 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나에게는 장인이 아버지 같았을 터인데.
    그분이 세상을 뜨시고 내 나이 벌써 팔십...
    산 이야기를 하며 문득, 내 주변의 산사람들 생각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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