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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번개 같이 워싱턴에 다녀온 이야기]
  • 2016.06.21
  • 조회수 2407
  • 추천 0
번개처럼 워싱턴, 아니 정확하게는 버지니아에 다녀왔습니다.
말이 닷새지 가는 날, 돌아오는 날 모두 빼면 실지로 사흘 조금 넘는 번개같은 여행이었습니다.
버지니아에는 아들 주경이 삽니다.
그가 새 집으로 이사를 했어도 벼르기만 하고 집을 떠나지 못하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아프리카에 3년간 파견을 나가게 된 것입니다.
우리 나이에 3년 뒤를 기약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벌써 80을 훌쩍 넘겼는데 이제부터는 마치 꺼져가는 심지와 같이 우리의 수명은 멀리 기약하기 어렵지 않겠습니끼?
나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경을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그가 이사한 집도 구경하고 또 떠나기 전, 며느리,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습니다.

주경이 자원하여 나가게 된 나라는 말라위입니다.
말라위는 아프리카의 소국으로 옛부터 엽연초가 주 산업인 빈곤한 나라입니다.
수도는 릴롱웨라는 도시로 아들이 갈 곳을 정하고 나서야 이리 저리 살피게 된 무명의 도시입니다.
아프리카는 모든 것이 빈곤하고 열악한 곳입니다.
아프리카는 시대의 흐름을 잊은듯 한 곳입니다.
인류의 발상지가 아프리카 대륙이지만 다른 곳이 하루 다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데, 유독 아프리카는 왜 수만년전이나 지금이나 삶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요?
한국도 종교 단체의 선교 현장으로, 또는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에 평화유지군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여 빈곤의 대륙을 돕고 있습니다. 말라위에도 가톨릭 선교사들을 비롯해서 수도에만 150명이 넘는 교포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유명한 메조 소프라노의 김청자 씨는 말라위를 돕는 희생적 한국인 가운데 두드러진 분입니다.

주경의 직책은 국제통화기금 IMF의 Resident Representative, 굳이 한국어로 한다면 현지 사무소장이겠지요.
IMF는 쉽게 말하면 세계의 어려운 나라를 돕는 은행과 같은 것입니다.
어느 나라가 외환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으면 IMF가 돈을 빌려줍니다.
우리도 1998년, 외환위기 때 IMF의 돈을 빌려다 쓰고 혼쭐이 났었던 게 지금도 생생합니다.
얼마나 가혹했으면 구제금융을 준, IMF 를 지옥과 같이 여겨 지금도 경제가 파국에 처했던 때를 IMF 시대라 할까요?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돈을 꾸고 아직 빚을 갚지 못한 상태에 있고 이런 나라들에는 현지 사무소를 설치해서 경제를 지도하기도 하고 빌려준 돈의 사용을 감독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따라서 크고 부강한 나라에는 현지 사무소가 없고 필요도 없는 모양입니다.
주경은 남미의 어느 나라와 말라위 두 곳을 지원해서 패스가 됐는데 말라위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주경이 한국은행 직원으로 미국에 국비유학을 왔던 시절, 그는 코스타라 하는 유명한 선교 집회에 참가한 일이 있습니다.
대회는 절정에 이르고 설교자는 참가자들에게 결단의 시간을 제공했습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무엇을 결단하는가< 물었을 때 주경은 두 가지를 서원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술을 끊는 것, 다른 하나는 평생에 한번은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에 오지 선교를 가겠다고 서원한 것입니다.
함께 참석했던 며느리는 술을 끊게다는 서원에는 "아멘"으로 동의했지만 오지에 선교를 가겠다는 말에는 쾌히 "아멘"을 할 수 없었디고 합니다. 물론 선교를 나가는 것은 아니고 IMF의 직원으로 나가는 것이지만 오지에 근무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작은 봉사라고 할 모양입니다.

갔던 길에 메릴랜드의 어느 묘지에 묻힌 황주량의 묘소를 방문했습니다. 묘소는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땅에 뉘인 묘비는 쓸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는 길, 오는 길이 모두 고생스럽고 심신이 고단했으나 아들의 집을 방문하고 그들과 함께 보낸 5일간은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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