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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성환의 무전여행]
  • 2014.11.19
  • 조회수 2627
  • 추천 0
[손자 성흰의 무전여행]

성환이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큐슈를 일주하는 여행이다. 달랑 천막 하나와 간단한 일용품을 가방에 넣어 자전거에 걸고 그는 집을 떠났다. 서울-부산 간은 고속버스로, 부산에서 큐슈의 하카타 까지는 페리고 그리고는 줄곧 자전거로 큐슈를 일주하는 만만치 않은 여행이다.
그의 결심은 야외에 천막을 치고 침랑을 덮고 잠을 자는 것이다. 미리 예행 연습도 하였다. 집에서 가까운 분당 중앙공원에서 천막을 치고 숙영하는 연습을 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에게 이번 여행은 큰 도전이고 결단의 소산이다. 우리 가문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도 일찍이 시도해 본 일이 없는 결단을 손자 성환이 시도하는 것이다.

성환은 작년말에 브라운 대학을 졸업했다. 4년간 각고의 노력을 하고 귀국하였다. 내년 봄에 국내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틈새를 타서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인 나의 생각으로는 장하기도 하지만 이번 모헙이 많이 염려되기도 하다. 사고무친, 아는 사람이라곤 없는 일본 땅에 달랑 자전거 하나를 들고 가는 게 보통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험이라 해도 좋을듯 하다.
성환은 나의 맞손자다. 아비가 군의관으로 멀리 전방에 근무할 때, 늘 서울에 살던 우리 집에 맡기곤 했다. 밤에 울면 기저귀도 갈아주고 아이가 다시 잠들 때까지 달래곤 하는 것은 할아비인 내 몫이었다. 조금 자라자 나는 어린 것만 데리고 해외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일본의 칸사이, 그리고 홍콩을 같이 여행했다.

그렇게 어려서 여행도 하고 또 저희 부모와 함께 미시간에서 수년을 산 일도 있지만 하나 성환이는 늘 서양 보다는 동양을, 외국보다는 한국을 선호하는 진짜 코리안이다. 대학을 여기서 다녔건만 미국 문화에 심취하기는 커녕 늘 그의 마음을 동양에 있었다. 브라운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면서도 그는 선택으로 일본어를 택하고 일본어에 심취하였다. 그가 습작으로 쓴 일본어 글들은 아주 출중하다. 다만 아쉬운 건, 그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친구가 적다. 대학에서도 기숙사에서 강의실로 강의실에서 식당으로..동선은 그렇게 한전돼 있었다. 기숙사의 친구들과도 섞이지 않아서 대학 2학년 때는 다섯 명이 공동으로 쓰는 스위트에서도 동료들이 성환의 얼굴을 보기는 어려웠다. 내성적이고 수집은 것이 늘 가족의 걱정이였다. 이번에 혼자서 무전여행이나 다름 없는 큐슈 일주 여행을 하게 한 것도 아이를 더 연단하고 싶은 저희 부모의 소망과 아이의 모험심이 교차한 때문이 아닐까?

어제 카톡으로 다화를 나누었다. 하카타를 떠나면 곧장 쿠마코토를 경유해서 남쪽으로 가려던 건데, 할아버지의 권면을 받아들여 나가사키를 갔던 모양이다. 나가사키는 일본이 서양을 향해 문호를 연 첫번째 도시이다. 서양의 문물은 나가사키를 통해서 일본에 들어왔고 일본 근대화의 매듭이 됐던 미이지 유신도 나가사키에서 받아들인 문물이 큰 동기가 되었다. 물론 군사력의 기본이 되는 각종 무기도 여기를 통해서 들여왔고 서양의 서책들도 나가사키를 통해 도입되고 일본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성환이 할아버지의 말을 이해했던지, 많이 도는 여정이었지만 나가사키를 방문하고 다시 후쿠오카에 도착하였다. 이제는 쿠카모토로 향할 것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의 총사령관 격인 카토오쿄오마사 (가등청정)의 나라이다.

며칠이나 텐트를 치고 노숙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제는 후쿠오카릐 어느 유츠호스텔에 숙박했다고 했다. 시설은 청결하고 5인 1실에 유럽에서 온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엇다고 한다. 성환은 일본 라멘을 좋아한다. 이곳 캘리포니아에 왔을 때도 늘 근처의 라멘 집에 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 라멘 집은 일본에서도 가장 원조 라멘 집이고 맛지 뛰어났다고 자랑했다. 그가 남은 일정을 건강하게 소화하고 귀국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
  • 이광수2014.11.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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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한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교우들의 읽을거리가 될까?

  • 이광수2014.11.24 07:03

    신고

    성환이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원래는 큐슈 남단을 향해 더 진행하려 했으나 쿠마모토에서 유턴을 한 것이다.
    잘 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대충 자전거로 달린 거리가 700킬로쯤 될 것이라 한다.

    곳곳에서 텐트를 치고 잤다. 야영지에서 잔 걸까? 천막을 칠 수 있는 곳에서는 아무데나 치고 숙영했다고 한다.
    혹 홈레스로 오해 받는 일이 없었을까? 그러나 성환은 홈레스는 텐트도 없다고 대답하였다.

    쿠마모토에서 남행하면 아소화산이 있다. 우회한다 해도 높은 지대를 주행해야 한다. 초행으로는 너무 힘들었을 것이고 돌아오기를 잘 했다.

    부산의 페리 항구에서 버스터미날 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하고 고속버스로 서울까지 다시 지하철로 분당에 그렇게 이동한 모양이다. 다행히 주말에는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어 준다고 한다.

    그의 무사 귀환을 축하한다. 화상통화로 만난 그의 표정은 밝았고 부모도 기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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