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을 가지지 않았다고 정치에 무관심 해도 되는 걸까? 이게 오늘 내가 깊이 반성한 토픽이다. 나도 미국에 거주하면서 시민들이 누리는 것에 버금 가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물론 세금도 납부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에는 너무 무관심해서 오늘이 선거일이라는 것 조차 깊이 새기지 못하고 있었다.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매일 신문 정치면을 들여다 보고 아, 하, 이번에는 연방 상원도 여야가 바뀌어 오바마 대통령이 정말 레임덕으로 들어 갈지도 모른다. 정도로 생각할 정도다. 동네를 산책하면서 이곳 저곳에 작은 표말이 붙어 있고 그래서 선거 날이 다가오는 줄 알 정도다. 누가 선출돼야 나라의 정치가 또 캘리포니아의 정치가 좋아지고 나빠질까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숙고한 일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친구들과 만나도, 교회에서 교인들과 커피를 마실 때에도 정치 이야기는 늘 중요한 화제지만 그건 늘 한국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떠니, 세월호가 어떠니..그건 늘 한국 이야기 뿐이다. 평생의 대부분을 미국에 살아온 동포들도 관심은 한국에 가 있음을 본다. 어떤 때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무리 이민자이고 미국의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 정치에 너무 관심이 없는 건 옳지 않다고 여겨진다.
오늘은 모처럼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아내가 많이 좋아져서 아침 시간에 내가 지키지 않더라도 혼자 움직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북카페에서 친교를 나눌 때. 화제는 한국의 단풍 이야기에서 대형 교회의 타락상에 이르기까지 온통 한국 이야기 뿐이었다. 한국에 갔다가 막 돌아온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꼭 있어야 할 분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느꼈다. 한인우 장로님, 그가 어디 갔을까? 그는 투표소에 관리위원으로 봉사하기 위해 새벽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선거가 있을 때면 종일 투표소에서 관리위원으로 봉사한다. 오랜 세월 미국에 사신 분이지만 그러나 그는 속속이 한국인이다. 그런데 그가 선거 때면 투표위원으로 봉사하는 것이다. 하루 얼마의 용돈을 벌러 간다고 말씀하지만 물론 그건 농담이다. 그의 미국 국민으로서의 의무감을 나는 높이 사고 싶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는 꿈을 갖고 있다. 아마 여건이 허락하면 가까운 장래에 고국에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게 언제이던, 나는 지금 살고 있는 땅, 미국에 더 많은 관심과 기여를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선거일을 맞이해서 오늘 내가 느낀 절실한 느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