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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과 평양] 헷갈리는 두 이름
  • 2015.04.24
  • 조회수 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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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과 평양, 혼동하기 쉬운 두 이름]

다니엘 사피트 (Daniel Olomae Ole Sapit) 는 아프리카의 마사이 족 청년이다. 그는 켄야의 소수 민족으로 소와 양을 치며 살아온 유목민이다. 마흔 두살의 장년에 이르도록 한번도 바깥 세상에 나가 본 일이 없다. 마사이 족은 우리에게도 생소하지 않다. 켄야의 소수 부족으로, 장대 같이 큰 키에 깡마른 체구, 붉은 두루막을 입었다. 아프리카의 전사 (warrior) 로도 불려서 때때로 관광객의 시선을 모으기도 한다. 이런 다니엘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 왔다. 한국의 평창에 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작년 가을 그는 유엔이 주최하고 평창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U.N. Conference on biodiversity in Pyeongchang) 초청을 받고 난생 처음으로 해외 나들이를 한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여행사에서 평창과 평양을 혼동해서 다니엘은 평양 행, 항공기에 잘못 탑승한 것이다. 베이징을 거쳐, 평양 순안 공항에 내릴 때까지도 그가 내리는 곳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공항에 내릴 때에서야 뭔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올림픽 개최국 치고는 도착한 곳이 너무나 시골 같았기 때문이다. 하늘을 뚫는 고층 빌딩도 웅장한 공항도 보이지 않고 작은 미개국의 공항이 내려다 보였기 때문이다. 눈에는 수백명의 군인들, 그리고 벽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생경하게 걸렸을 뿐이었다. 결국 비자 없이 불법으로 입국한 벌금 500달러를 물고, 다시 베이징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고 다니엘은 회상한다. 평생 소와 양을 치고 살아온 마사이 족에게 평창과 평양은 혼동하기 쉬운 이름들이었다.

평창은 2018년 동계 올림픽의 개최지이다. 벌써 많은 사전의 행사가 벌어지고 있고 정작 올림픽이 열리면 지구 상의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선수와 관람객들이 이곳으로 몰려올 것이다. 그런데 평창이란 이름이 북한의 평양과 유사해서 외국인, 특히 멀리 아프리카와 같은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헷갈리기 쉽다. 거기다가 평양에서는 근래에 원산 인근에 거대한 스키 장을 건설했다. 김정은이 자주 현장을 방문하며 막대한 돈을 들여 돌격 공사를 했고 스키 장은 1년만에 완공했다. 오비이락, 가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왜 하필 남쪽에서는 동계 올림픽의 준비가 한창일 때 서둘러 스키 장을 만드는 것일까? 공동 개최를 노렸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닐찌라도 북한도 남한에 못지 않게 설비를 건설할 수도 있고 올림픽을 개최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찌도 모른다. 88 서울올림픽 때에도 북한은 이와 비슷한 짓을 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강원도의 최문순 지사가 올림픽이 열리는 종목 가운데, 일부를 북한에 나누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가 조직위의 경고를 받고 서둘러 거두어 들인 일이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에서도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고 평창과 평양을 구별하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영어 스펠링도 종전의 Pyungchang에서 PyeongChang으로 바꿨다. 평창만 헷갈리는 게 아니다. 나라 이름, 국명도 외국인에게는 어느 것이 남한이고 어느 것이 북한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둘 다 Korea, 다만 한국은 The Republic of Korea, 북한은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다. 미국에 살며 느낀 것은 이런 긴 공식 명칭을 쓰지 않고 웬만한 경우 한국을 South Korea로 표기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으나 어쩜 이것이 더 현실에 부합한 방법일지 모른다. 2008년, 미국 지명 위원회에서 (U.S. Board on Geographic Names: Chairman, Douglas Caldwell)의 조사에 따르면 남한과 북한을 통털어 같은 지명을 가진 곳이 13,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물론 이런 실정을 안다. 그렇지만 큰 세계적 모임을 주관하고 많은 지구인들이 몰려올 때, 혼동이 생긴다는 것에 무심했던 건 아닐까?


월스트리트 저널, 오늘 (2015. 4. 25) 자, Olympians: Choose Your Korea Carefully 를 바탕으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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