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추석 斷想]
  • 2014.09.08
  • 조회수 2890
  • 추천 0
오늘은 추석이다.
고국에서는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인 것이다.
나는 여든이 가까웠으나 추석 명절을 지킨지는 오래지 않다.

나는 1936년, 일제 식민지 때에 태어났다.
일제의 연호에 따르면 소화(昭和) 11년이다.
일제는 조선의 고유 문화를 장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추석도 없었고 지금은 설날이라 부르는 구정도 없었다.
늘 양력 1월 1일이 신년이고 설이었다.
추석은 시골 사람들이 소문 없이 지키는 시골 사람들의 명절이었다.
해방이 되고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그래서 추석이 부활한 것이다.

추석은 농부들의 축제였다.
서울 사람들보다는 시골 사람들의 축제였다.
어떻게 토속의 문화가 소멸하지 않고 보존되었는지 참으로 문화란 끈질기다.
해방이 되었다.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은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하고 천황이 이를 방송하였다.
그 무렵 우리 집은 경기도 양평에 소개를 내려갔었다.
전쟁이 가열해 지자 도시를 비우고 시골로 인구를 분산한 것을 소개(疏開)라고 부른다.
해방이 되고 얼마 안되어서 추석이 왔던 것 같다.
우리는 대대로 내려오는 큰 고택에 살았다.
민속촌의 양반가와 같은 큰 집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반듯하고도 넓은 마당이 있었다. 추석날,
멀리서 꽹과리 소리, 피리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농악대가 동네를 돌아 우리 집에 들어왔다.
마당 가득하였다.
축제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는 시위와 저항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나는 어렸고 우리 어머니는 청상의 과부였으니 나나 우리 어머니에 대한 저항이라기 보다는
지배층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그게 아주 싫고 무서웠다.
어머니는 그들이 마시고 놀라고 돈을 건네시고 농악대는 물러갔다.
추석이면 내게는 그런 아픈 기억이 아직도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추석은 모두가 즐기는 모두의 명절이다.
들에는 오곡이 익어 추수하고 나무에는 백과가 풍성하다.
저녁이 되면 보름달이 뜨고 아낙네들은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며 기쁜 하루를 지낸다.
추석은 산 사람들의 축제일뿐 아니라 조상과 함께 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자손들은 음식을 차려 조상의 묘소를 찾는다.
그리고 제를 올린다.

나는 젊어서 예수 믿고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섬기던 교회는 서울의 경동교회인데 강원용 목사님이 창립하시고 섬기시던 교회다.
경동교회가 선구적인 교회의 아이컨이 된데는 추석을 감사절로 지킨 것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한국 교회로는 처음으로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삼고 민속적인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지키는 Thanksgiving이 미국의 전통이라면 경동교회에서는 한국적 전통을 시작한 것이다.
예배에 사물놀이 패가 연주하는 것도 추석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행사였다.

내가 미국에 온지도 13년이 되었다.
미국의 추석은 한국에 비하면 열기가 약하다.
때때옷을 입고 고향을 찾지도 않고, 고속도로가 정체되어 고생하는 모습도 없다.
그래도 어제는 1부 친교에 팔순 잔치를 베푼 어느 권사님이 계셔서 마치 추석 잔치를 차린듯 풍성한 식사를 했다.
밥과 국, 가진 반찬에 송편까지 생각지도 못한 성찬이었다.

오후에 버지니아에 사는 아들, 며느리와 전화하며 그래도 추석이라고 떠들석한 남가주에 사는 우리는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버지니아에서는 추석이 왔는지도 모르고 교회에서도 특별한 잔치 없이 하마터면 잊어버릴뻔 한 추석이었다고 한다.
  • 이광수2014.09.08 12:49

    신고

    일본 사람들은 1월 1일을 정월이라 부른다. 바를 정(正)자에 달월이다. 얼핏 왜 그들은 1월 1일을 정월이라 부를까, 생각하게 된다. 정이 아니면 오(誤)가 아닌가? 양력 1월 1일만이 맞는다는 표현이 아닐까?

  • 이광수2014.09.09 11:44

    신고

    내가 늘 참고로 하는 백과사전, Wikipedia를 보았다.
    일본어판이다.
    원래 정월(正月)이란 단어는 일본에서도 구력(舊曆)으로 1월을 뜻한다고 하였다. 음력 이야기다. 일본은 명치유신으로 근대화를 도모하면서 서양식 태양력을 도입하였다. 그 전에는 음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양력 1월, 그것도 1월 1일 새해를 정월이라 부른다.
    Delete |

  • 이광수2014.09.11 09:30

    신고

    추석날 보름달은 볼 수 없었다.
    유독 그렇게 맑던 하늘이 흐리고 부슬비가 내리는 게 아닌가?
    내가 만월에 가까운, 그러나 조금은 이그러져가는 둥근 달을 본 건
    추석 다음날이었다.
    휘영청 돋아오르는 달이 추석은 아니더라도 아름다웠다.

새글 0 / 972 

검색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672 러시아에 윤미경 선교사님 소식입니다. 2014.09.30 2476
671 [한국행을 연기했습니다] [1 2014.09.30 2273
670 [주일 설교] 2014/9/28 2014.09.28 2284
669 [한국에 다녀 오겠습니다] 2014.09.26 2481
668 2014년 '밀알의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4.09.22 2329
667 9월 셋째주 토요일 밀알교우 봉사 [2
2014.09.21 2301
666 [주일 설교] 2014/9/21 [2 2014.09.21 2248
665 [Scotland에서 날아온 두가지 뉴스] [2 2014.09.19 2274
664 [교회 연혁] Joan Raby [2 2014.09.14 2301
663 [우리 교회 옛 모습] Fern Chaney [1 2014.09.14 2143
662 [주일 설교] 2014/9/14 [2
2014.09.14 2175
661 [동부로 떠나시는 이처권 목사님] [5
2014.09.12 2512
660 몽골에 김선례 선교사님 소식입니다
2014.09.10 2219
659 유도화 (柳桃花)....청산가리보다 더 독한...
2014.09.08 2324
658 [추석 斷想] [3 2014.09.08 2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