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코틀랜드에서 날아온 두 가지 뉴스는 얼핏 우리와 무관한 것 처럼 들린다.
그러나 하나 하나 곱씹어 보면 우리의 사고(思考)와 비판을 투자할만한 의미 있는 소식이다.
하나는 300년간 영국의 일원이었던 나라를 이제 분리, 독립할 것인가 여부를 두고 행하는 투표다.
이 투표는 영국과 스코틀랜드 만의 일이 아니고 파장이 전 세계에 미칠 중대한 투표였다.
우리는 흔히 영국이라고 불리우는 잉글랜드가 영국의 영어명인 줄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국은 네 개의 나라가 연합한 연합 왕국이다. 그래서 United Kingdom과 England는 다르다.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은 England, Scotland, Wales, Northern Ireland의 네 나라가 연합한 연합 왕국이다. 원래는 Ireland 까지 끼어있었으나 아일랜드는 일찌감치 분리 독립했다. England가 가장 크고 인구도 많으며 전체를 이끌고 스코틀랜드가 둘째로 크다.
이런 체제에 반기를 들고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시도한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원래가 각각 다른 나라였고 민족과 언어도 다르다. 그런 나라가 서로 연합하기로 하고 그 연합이 300여년을 이어져 왔다. 왜 이제와서 독립일까? 독립하고저 하는 마음은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물론 아니다. 오래 계속됐지만 여러가지 계산도 해야 하고 계기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여건이 달라졌다. 그 하나가 경제적인 자립의 가능성이다. 북해 유전이 스코트랜드에 가깝고 독립한다 해도 그 수입이 막대한 것이다. 어쩜 영국보다 부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런 분위기 위에 Alex Salmond라는 지도자의 힘이다. 그는 강력하게 독립 분리를 주창하고 이끌어 갔다.
영국 정부는 당황했다. 총리는 물론이고 정치적으로 엄정 중립이여야 할 여왕까지 은밀하게 그러나 심각하게 투표자들의 "신중"을 주문했다. 스코틀랜드는 크지 않은 나라다. 인구가 500만을 조금 넘는다. 투표의 51%만 찬성하면 독립이 이루어지고 영국은 한낫 작은 나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예상은 크게 빗나가 어제 투표는 독립을 반대하는 쪽으로 결정되었다. 영국의 붕괴는 막았다.
또 하나 작지만 의미 있는 투표가 있었다. 창업 이래 수백년간 오로지 남자들만 회원이 되었던 Royal and Ancient G.C.이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할지를 놓고 벌인 투표이다. 영국은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지만 그래도 너무 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21세기다. 세계의 지도자들도 여성이 많이 등장했다. 댓처 영국 총리가 효시였고 한국도 여성 대통령 시대인데 골프 클럽에서 성 차별을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을까?
나는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동정하면서도 감성적으로는 투표가 반대로 귀착되기를 바랐다. 어쩜 사고의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오랜 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았다. 20세기에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기도 했다. 타국의 지배를 받으며 독립을 열망하던 우리인데 나는 왜 영국의 체제가 유지되기를 은근히 바랐을까? 어쩜 현재의 체제에 익숙했던 탓인지도 모른다. 결론은 내 보수적 성향 때문일 것이다. 과격한 변화보다 현상의 유지, 또는 개량을 원하는 내 보수성 때문이다. 반대로 골프 클럽의 투표에는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나는 지나친 보수도 지나친 진보도 아님을 확인해다.
다행히 내가 심중에 원하던 두 가지 염원은 다 이루어졌다. 언젠가 스코틀랜드도 독립할 것이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 아래에서 압제를 견디지 못하며 독립을 바라던 우리 민족과는 다르다. 좀더 기다리고 서서히 해 나가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