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권 목사님께,
환자의 용태는 소강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나빠지지 않으면 좋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슬비에 옷 젖듯이 본인과 늘 가까이 있는 제게는 알기 어렵지만 오늘도 화장실에서 움직이는 동작을 보고 아주 아주 조금씩은 좋아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조심스러워 저는 아직도 아내 옆을 떠나지 못하고 지키고 밤에도 소파에서 새우잠을 잡니다. 딴 방에서 편히 자다가 응급 샤태가 생기면 안되니까요.
육신이 아프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때로는 앞이 내다 보이지 않고 암담하기도 하거니와 교회를 비롯해서 주위와 연결이 끊어진 것 같이 고독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한 목사님 내외분의 심방을 받았습니다. 함께 담소하고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했습니다. 깊은 고독에서 훌쩍 벗어나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그리운 것을..특히 가까운 사람이 그리운 것을..목사님과 사모님은 외롭지 않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련을 믿음으로 극복해야 하겠지만 부족한 믿음의 깊이가 언제 더 성숙하고 더 깊어 질까요? 이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김호세 김성미 가정의 외동딸 민다의 결혼식입니다. 신랑은 제 가까운 친구의 늦둥이 아들로 젊은 변호사입니다. 저는 4시에 있는 예배에만 참석하고 6시에 장소를 옮겨 열릴 피로연에는 불참한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여러 시간 환자 혼자만 두고 밖에 나가 있는 게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불안하고 마음대로 거동할 수 없는 환자야 말로 다 할 수 없지 않겠어요? 자주 연락 드리겠습니다. 목사님, 사모님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일생 중 요즘 같이 가깝게 느껴진 일도 없을 듯 합니다. 부디 안녕히 계세요.
이광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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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Oct 10, 2014, at 6:44 PM, Cheo Kwon Lee wrote:
이 광수 장로님 내외분께
장로님께서 귀중한 시간과 정성을 드려 활해하여 보내주신 설교이기 때문에 정중한 마음으로 은혜의 시간을 가지며 장로님께 우리 부부는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권사님께서 병환으로 어려움이 있으시는 소식을 접하면서 저희들은 가 뵙지도 못하고 장로님 과 함께 힘이되어 드리지 못하는 마음이 너무도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주님의 능력으로 은총의 보살피심과 치유의 손길이 함께 하셔서 모든 어려움에서 하루속히 쾌차하시기를 위하여 쉬지않고 기원을 드리겠습니다.
절기가 변하는 때 입니다. 장로님 건강에 유의하시기 빕니다. 그리고 힘 내세요.
"내가 너와 함께하리라" 하신 주님께서 장로님과 늘 함께 하실 것 입니다.
이 처권 부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