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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우리 아들 주경..그가 달려 온다]
  • 2014.10.13
  • 조회수 2537
  • 추천 0
오늘은 우리 둘째 주경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주경은 국제통화기금 IMF의 선임 이커노미스트이다. 한국은행에 근무중 학술연수로 미국에 갔고 코넬대학에서 경제학으로 Ph.D학위를 받았다. 요즘은 스펙이라 하던가? 그의 이력은 나무랄데가 없다. 그는 착실하고 선량하다. 그리고 부모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뛰어나다. 그러나 아무 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말려서 그는 늘 경찰과 숨박꼭질을 하는 신세였다. 피말리는 나날이 계속되고 어느 날은 하루 여섯 번씩이나 형사들이 집을 덮치던 일도 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수배를 피하여 밖에 피신해 다니던 어느날이었다. 수영장을 택해서 수영 연습을 하게 하고 큰 아이 주흥도 아침마다 가서 만나게 하였다. 쉽게 말하면 매일 수영장에서 형제가 접선을 하는 것이다. 어느날 창문으로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현관 입구에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수영장에서 돌아오던 큰아이를 형사들이 덮쳤다. 아이들이 봉고차를 타고 왕래한다는 정보쯤은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주경이 아니냐고 검문하는 것이다. 형제의 모습이 비슷하니 그럴 법도 하다. 실랑이끝에 주흥은 간신히 풀렸다. 그렇게 주경은 늘 피신해 전전하는 생활을 했다.

주경은 때로는 부모와도 연락을 끊고 잠적해서 속을 썩이던 시절이 있다. 그는 3학년이 되고 운동권의 핵심이 되었다. 아이가 잠적해서 연락이 끊겼던 어느날, 일찍 관악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서울대에서 큰 데모 집회가 있는데 주경이 참가하니 말리라는 것이다. 교문 앞에서 검문을 하다가 주경을 잡았는데 그만 놓쳤다는 것이다. 복장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었고 데모하기 좋은 복장이였다는 것이다. 나는 회사의 직원 한 사람과 함께 학교로 달려갔다. 마침 통풍 증세가 있어서 구두를 신지 못하고 한발은 운동화 뒷축을 접어 신은 채였다. 발이 붓고 아프니 걸음은 절뚝거렸다. 학교에 도착한 것은 열시쯤 되었을까? 사방 주경을 수소문하고 다녔으나 무위에 그쳤다. ‘꽈’ 사무실에서는 후배들이 무언가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주경이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으나 아래 위를 살펴보고 모른다고 시침을 떼는 것이다. 정말 모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후 한 시에 ‘아크로폴리스’에서 집회가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우리는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밖에는 유리창마다 그물을 친 데모 진압용 경찰차가 수십대 진을 치고 있었다. 로마 병정같이 갑옷에 방패를 든 경찰관들이 차마다 가득하였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아크로폴리스에는 삼천명이 모였다. 아크로폴리스는 가까이 대강당과 본부 건물이 있고 옆으로는 학생회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태풍 전야와 같이 긴장이 감싼 스탠드를 겁도없이 하나하나 살피며 돌았다. 그러나 주경은 없었다. 그럴수 밖에, 그는 주동자였다. 집회에서 연설하는 주동자 세사람 중 하나였다. 주동자들 세사람 가운데 가운데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아이가 주경인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말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자식이 무엇이기에, 부모가 무엇이기에 본성이 연약한 내가 그렇게 강하게 변해 있었을까? 내 눈에는 무서운 것이 없었고 보이는 것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학생회관에서 나오는 주경을 보고 소리쳤다. “주경아, 안 돼!” 소연한 가운데서 아비의 음성을 알아챈 주경은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여기까지 꼰대가 나타났구나!”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 “밖에 공권력이 엄청나다. 오늘은 학교에 진입할 거래!” 그러나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스탠드에 앉았던 삼천명이 일제히 소리쳤기 때문이다. “잡새다! 형사다!” 나를 형사라 착각한 것이다. 불현 겁이 났다. 정말 형사로 오인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유리창으로 박봉식 총장이 내려다 보고 있었고 아크로에는 학생처장이 나왔다. 그가 급히 내게 달려와 말리는 것이다. 혹 불상사가 날까봐 겁이 났을 것이다. 다급해진 나도 기지를 발휘했다. 똑바로 군중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무엇이라고? 형사라고? 나는 이주경의 아버지다!” 아버지라는 소리에 소연하던 아이들이 숙연해 졌다. 아마도 주동자를 호위하는 호위부대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일대의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주경에게서 나를 떼어놓는다. “아버지! 이러시면 안 됩니다!” 무리한 짓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나는 학생처장과 같이 의자에 걸터앉아 집회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주경은 이렇게 연설하였다. “집을 나온 자기를 부모가 얼마나 안타깝게 찾는 것을 잘 안다. 오죽하면 아버지가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의를 위하여 이 운동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운운” 그리고는 모였던 모두가 옆에 대강당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학생들이 다 운집한 가운데 주경이 나를 껴안고 우는 것이다. “아버지, 제발 집에 가시라”고. 얼굴은 눈물, 콧물이 때와 범벅이 되어 더럽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 얼굴을 내 얼굴에 비벼대며 큰 소리내어 우는 것이 아닌가. 마치 썰물과 같이 그들은 밖으로 몰려나갔다. 밤 자정이 넘어 전화가 왔다. “관악산을 무사히 종단했다”는 말이었다. 마치 빨치산이라도 되는 것 같이.

주경은 의사를 지망했다. 그러나 형인 주흥이 의예과에 진학하자 경제학과로 진학했다. 형제가 똑같이 의사의 길을 가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세월이 바뀌었고 주경도 바뀌었다. 나도 그를 인도하기 위해 진력했고 주위에서도 그가 변화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가 회심해서 한은에 들어가고 IMF에서 일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의 생각이 한때 좌에서 우로 돌아온 것은 천행이 아닌가? 가끔 격동 가운데서 정의를 부르짖던 아이의 모습을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 지금과 같은 단단한 인간이 되기위해 겪었던 홍역과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얼마전 한국인으로 최초의 한국 담당 이커노미스트가 된 그를 인터뷰한 신문에 “졸업 학점이 C+에 불과했던 이주경 박사가 한국의 경제를 채점한다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인생 살이에서는 A 학점이 되기를 충심으로 바라며..
  • 이광수2014.10.1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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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이 약 10일의 일정으로 멀리 워싱턴에서 온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간병하는 아버지를 보러 오는 것이다.
    일테면 구원 투수로 오는 것이다.
    비록 길지 않은 동안이나 부모의 아픔을 외로움을 구원하러 오는 것이다.
    아들의 이애기를 올린다.
    그의 이야기를 올린다.

  • 이광수2014.10.1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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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흥의 편지] 주흥은 큰 아들입니다.

    아버지께



    엊그제 아버지 전화를 받고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두 분이 그곳에 갇혀 계시다는 느낌과 그런 상황에 너무나 힘들어 하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으로 오실 계획의 실행 막바지에 닥친 일이라 좌절감이 더욱 크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지난 번 어머니의 설암 때도 더한 막막함을 잘 극복하셨던 두 분이십니다. 물론 그 때는 친척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결국은 두 분이 잘 이겨내셧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전투의 대장이셨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우리는 그 험한 시련이 환란으로 가장하고 다가온 축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간신히 이 풍파를 견디어 내었는데 왜 다시 이런 환란을 겪어야 하는 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견디어 내다 보면 그것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축복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척추의 골절이고 움직이면 통증이 극심해져 묶여 버린 어머니와 그래서 함께 묶이신 아버지 두분이 얼마나 답답하실까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이번 여행을 망쳤다는 자책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육신의 눈으로만 바라본다면 참으로 답답하고 화가 나기까지도 하지만 그 상황 너머에 계신 그래서 이 상황도 바꾸실 수 있고 또한 이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바꾸실 수 있는 하나님만을 바라볼때 소망을 가지고자 기도합니다.



    제가 아버지 대신 새벽기도의 문을 두드리겠습니다. 힘내세요.



    주흥 올림

  • 이광수2014.10.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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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비에 옷 젖듯,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몸의 움직임이자만 몸의 움직임에서 그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워커를 잡고 잠시 실내를 돌았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있습니다.
    카이저에서 샤워를 돕는 헬퍼가 와서 도와 주고 있지만
    걸음도 힘 있고 매우 독립적이라는 칭찬도 받았습니다.
    샤워를 하는 것은 환자 본인이나 지킴이인 가족에게나 한 숨 놓게 하는
    작은 도약입니다.
    몸만이 아니고 기분도 훨씬 도약할 것입니다.
    아들이 옆에 있으니 이렇게 좋은 것을...
    교회의 교우들이 기도해 주시니 이렇게 좋은 것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이광수2014.10.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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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바퀴의자를 이용할 때 요령과 주의 사항을 배웠습니다.
    그것도 정해 진 방법이 있고 그 방법에 따라야 쓰기도 쉽고 안전도 도모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실습을 통해 아내를 태우고 문턱을 드나들고 차에 태우기도 했습니다.
    바퀴의자는 뒷바퀴가 크고 앞바퀴는 작습니다.
    턱을 넘어 밖에 나갈 때 후진 하며 큰 바퀴로 턱을 넘어야 하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얼마 전 외출할 때 처남을 불러 바튀의자를 앞뒤에서 들다 싶이하며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건 잘못된 방법이었습니다. 자칫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는 미숙한 방법이었는데 이제 제대로 밖에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휠체어에 타고 밖에 나가 산책을 하는 것을 꺼려 하는듯 햅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리기 싫겠지요.
    오히려 밖에서도 손을 잡고 짧은 거리라도 산책할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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