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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Memorial United Methodist Church

[쿠쿠 밥솥을 사다]
  • 2014.10.24
  • 조회수 2470
  • 추천 0
어제는 무려 13년만에 새 밥솥을 마련하였다.
이제껏 쓰던 일제 밥솥이 낡아서 새로 개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래 아내의 손때가 묻은 솥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 밥솥을 산 것이다.
물론 아들과 며느리의 생각을 아내가 받아들인 뒤다.
아내는 전통적 한국 여인이다.
지나칠 만큼 알뜰하다.
버리지 않고 새로 사기도 즐기지 않는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궁금해 하고 사고 싶어하는 나와는 달라 아내는 저렴한 것을 사서 오래 쓴다.
나이를 더 먹을수록 이런 습성은 더 굳어지고 변하지 않아 자칫 고집에 가깝게 되었다.

드디어 며느리가 앞장 서고 아들과 나도 따라가 새로 밥솥을 마련했다.
요즘 세계 시장을 석권한 한국 제, "쿠쿠"이다.
그러나 내 생각과 아내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었다.
나는 6컵 짜리를 사려 했다.
그러나 아내는 10컵 짜리를 선호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가게에 가고 마음에 맞는 것이 절품이 되어 다른 가게를 다니는..
차질을 거듭한 끝에 10컵 용 밥솥을 장만하였다.
아내의 생각에 따른 것이다.
아직 써보지는 않았으나 나는 매뉴얼을 읽고 복잡하지 않은 흰쌀밥을 짓는 것쯤은 머리에 익혔다.

내가 작은 것을 사려던 것은 오래 기업을 경영하며 익힌 내 철학이기도 하다.
나는 회사를 경영하며 일본식 생산방식에 익숙하다.
소위 "토요타 생산방식"이라는 것이다.
핵심은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이다.
한번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포드 식 생산방식"과 달라서 조금씩, 여러 종류를 생산한다.
또 하나의 중심을 이루는 생각은 소위 Just in Time 이라는 것이다.
필요한 것만 생산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생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남아 도는 것이 없다.
아니, 남아 도는 것은 모두 비용이고 원가이므로 이를 배제한다는 원리이다.

아내의 생각과 내 생각이 충돌한다면 이런 것이다.
아내는 알뜰하면서도 생각은 전통적이여서 밥도 넉넉히 지어 냉장해 놓고 먹는다.
그래서 우리 냉장고에는 잉여 식품이 많이 들어가고 혼잡하다.
나는 이런 생활 패턴을 좋아 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만들고 소비하고 또 필요한 것은 필요한 수량 만큼 새로 만들고..

그러나 아내가 몸이 불편해서 부엌을 내게 맡겼다고 새 솥 사는 것 까지 나의 생각에 따르기는 싫었다.
작은 것이지만 며느리는 몇 차례나 전화로 아내의 생각을 묻고,
또 사진을 찍어 보내며 이런 것을 사려는데 어머니는 어떠세요..묻기를 거듭한다.
그래도 기본적인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아내는 지금까지 쓰던 것 처럼 넉넉한 용량을 원했고 나는 작은 것을 사려 했다.

한국 상표, "쿠쿠"는 정말 좋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제품에 이를 수 있을까?
우리가 젊었을 때, 국산은 변변치 않았다.
한국인은 일본에 가면 쇼핑 리스트 가운데 "코끼리 표" 밥솥을 빼놓지 않았다.
부엌에는 "코끼리 표" 밥솥이 있어야 자랑스런 부엌이기도 하였다.

지금은 어떤가?
일본인이 몰려 온다.
중국인이 몰려 온다.
그들의 쇼핑 리스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밥솥, 쿠쿠 밥솥인 것이다.
그것을 나도 샀다.
우리 부엌에도 자랑스런 "쿠쿠" 밥솥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 이광수2014.10.25 06:54

    신고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고 아들 며누리와 새로 산 밥솥에 밥을 짓는 모습에서
    아내의 상태를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어제는 physical therapist, Linda 가 왔었습니다.
    그녀는 뛰어난 인품의 소유자입니다.
    육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회복 시킬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테라피스트입니다.
    그녀가 한 시간 이것 저것 지도하고 돌아간 후 아내는 기분이 맑아 졌습니다.
    산책도 거리를 늘리고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전날 방문했던 Occupational Therapist는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녀가 사람을 다루는 품이 부족했던듯 합니다.
    지도를 받는 가운데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그녀는 의사나 마찬가지로 당신의 몸을 고치는 "선생님"이에요..라고
    뜻풀이를 했으나 그녀의 기분이 돌아오는데는 오래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늘은 아들 주경이 워싱턴으로 돌아갑니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강건하게 귀가하고 좋은 시간을 갖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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